문화 연구자
문화연구 특집 2. 이데올로기의 자기 해방성
정재철이 쓴 <<문화 연구자>>
이데올로기에 대한 열 가지 태도
마르크스에서 시작되었지만 알튀세르나 그람시의 생각은 달랐다. 윌리엄스는 문화를 모든 사회 주체의 상호작용으로 보았고 홀은 해석 양식의 세 가지 레이어를 통해 그것을 입증한다. 경제만이 아니라 삶 전체가 운동한다.
스튜어트 홀이 지적하는 것처럼 문화연구에서 학제적이란 개념은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모델, 그리고 새로운 연구 방법’을 추구하는 ‘지적 삶의 개척자’를 의미한다.
“대중문화의 개념과 이론적 연구”, <<문화 연구자>>, vii쪽.
문화연구란 무엇인가?
꼭 집어 정의하기 어렵다. 단일한 이론 입장으로 자신의 연구 전통을 구성하는 것을 거부하는 분야가 문화연구이기 때문이다.
단일 이론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자기 연구를 구축하는가?
간학제적 연구다. 문화연구는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 후기 구조주의, 정신분석학, 민속지학처럼 다양한 지적 뿌리에 바탕을 둔다. 문학 비평, 사회학, 역사학, 미디어 연구에서는 연구 대상과 방법,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문화연구를 복수형으로 표기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나?
그렇다. 문화연구(Cultural Studies)는 그 표기법이 암시하듯 이론이나 연구 방법, 지역에 따라 여러 갈래를 갖는다. 분과, 전통, 계보 면에서 항상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그렇다면 연구 자세의 키워드는 뭔가?
문화에 대한 관점이다. 문화를 자율적인 것, 혹은 정치권력이나 경제 요인에 의해 단순 결정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문화연구는 문화를 뭘로 보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미 투쟁이 일어나는 주요 현장으로 간주한다.
의미 투쟁의 현장이란 무슨 뜻인가?
문화적 의미의 생산은 사회 구조와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곧 의미의 생산·재생산과 사회의 지배 관계, 불평등은 상관관계다. 문화연구는 문화 텍스트와 실천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그러한 맥락을 가시화한다. 해방적 의미 연쇄의 단초를 만들어 낸다.
이 책, <<문화 연구자>>는 무엇을 말하는가?
문화연구 형성에 직·간접 영향을 준 학자 10명을 소개한다. 이론 공헌과 업적, 비판점을 정리했다.
문화연구와 마르크스의 관계는 무엇으로 연결되는가?
이데올로기론이다.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를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부과하는 허위의식이라 정의한다.
이데올로기가 현실에서 무엇을 하는가?
지배 관계를 은폐하고 기존 권력 질서가 재생산되는 데 이바지한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계급이 사실상 지적 생산수단도 통제하는 셈이다.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론의 약점은 뭔가?
경제결정론에 치우쳤다. 대중문화 같은 특정 이데올로기가 경제 구조의 수동적 반영이라고 보았다. 문화의 상대적 자율성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문화연구가 수용한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론은 무엇이 다른가?
지배 구조의 재생산이 경제 외의 상부구조, 곧 법·정치·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에 의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상부구조의 상대적 자율성을 인정했다.
그래서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인가?
그렇다. 알튀세르는 경찰, 법정, 감옥, 군대와 같은 억압적 국가기구 외에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복종심이나 그 실행에 대한 지배력을 보장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가 있다고 보았다. 종교, 교육, 가족, 법, 정치, 노동조합,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이에 해당한다.
상부구조의 자율성이 곧 주체의 자율성을 의미하는가?
아니다. 알튀세르는 주체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가 유포하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상부구조의 자율성은 인정했지만 개별 주체가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안토니오 그람시를 문화연구가 흡수한 이유는 뭔가?
피지배계급의 자율성을 긍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데올로기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기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데올로기를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펼치는 투쟁의 장으로 재정의하며 헤게모니론을 제시한다.
상호 투쟁의 장이라는 논리의 근거는 뭔가?
사회 구조의 안정이 다수의 합의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도덕적, 지적 리더십으로 피지배계급에게 동의를 이끌어 내고, 피지배계급은 이를 지지하거나 저항함으로써 사회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헤게모니가 합의와 동의, 투쟁의 장인 이유다.
헤게모니론의 강점은 뭔가?
지배 헤게모니뿐만 아니라 대항 헤게모니도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피지배계급의 문화 형성과 저항이 가능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논리 근거도 상호작용론인가?
그렇다. 문화는 경제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 사회 주체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주체의 능동적 실천이 곧 문화이며, 모든 사람들의 삶 경험에서 의미와 가치가 창출된다고 보았다. 문화에 대한 문화연구의 기본 관점을 정립했다.
문화가 상호작용의 현상이라는 주장은 입증될 수 있는가?
스튜어트 홀이 제시한 지배적, 교섭적, 대항적 해독 전략이 문화의 상호작용성을 반증한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수용 주체에 따라, 또 맥락에 따라 각각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밝혔다.
그것은 어떻게 다른가?
지배적 해독은 말 그대로 지배 이데올로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교섭적 해독에서는 주체가 자기의 사회 지위에 맞추어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분적으로 변환시켜 해독한다. 대항적 해독은 지배 이데올로기와 직접 대립하는 의미를 생산한다.
해독 전략의 차이가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존 이데올로기가 저항적인 수용자 해독에 의해 전복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문화 텍스트의 의미가 텍스트 내에서 구현되지 않고 수용자 집단의 해독 행위를 통해 실현되기 때문이다. 문화가 의미 투쟁의 영역임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지금 문화연구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계급, 인종, 성처럼 단일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들의 특정 접합에 주목한다. ‘유색인종이면서 하위 계급에 속한 여성의 문화’가 단적인 예다.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와 같은 소수 집단 주체성의 문화 구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후기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던 담론 패러다임을 폭넓게 수용하는 추세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재철이다. 단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