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치족: 신앙 천줄읽기
김민수와 김연수가 옮긴 블라디미르 보고라스의 <<축치족: 신앙(Чукчи: религия)>>
축치족 또는 르오라베틀랸
순록과 물고기를 기르고 잡아 사는 시베리아 원주민의 이름은 진정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모든 자연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이고 그들에게 말을 하는 목소리들이다. 그곳에서 인간은 그대로 자연이다.
축치인들은 모든 사물에 대해 “게틴빌렌(주인이 있는)”이라고 말하거나, 그보다 더 자주 게큘릴린(목소리를 가진)”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모든 사물이 살아 있으며, 그것들의 생명을 그것들로부터 분리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축치족: 신앙 천줄읽기≫, 블라디미르 보고라스 지음, 김민수·김연수 옮김, 34쪽.
축치족이 누구인가?
러시아연방 사하공화국, 추코트카 자치구, 코랴크 자치구, 곧 시베리아 북동부에 사는 원주민이다. 현재 인구는 약 1만5000명이다.
르오라베틀랸을 말하는가?
‘르오라베틀랸’은 ‘진정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1920년대 말에 사용했던 공식 명칭이다.
뭘 먹고 사는가?
순록 유목과 어로가 생업이다. 순록 유목을 주업으로 하는 순록 축치는 ‘차브차비트’, 어로를 주업으로 하는 해안 축치는 ‘안칼르이트’라고 부른다.
차브차비트가 무슨 뜻인가?
차브차비트는 ‘순록이 많은’이라는 말이고 안칼르이트는 ‘해안에 거주하는’이라는 말이다.
21세기가 되도록 유목과 어로에 머물러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지 환경에 가장 적합한 생존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왜 환경을 극복하거나 이용하지 않는가?
척박한 자연환경이다. 그것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적응의 대상이었다. 이곳은 시베리아 동북부 오지다. 화기나 철제 도구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이 19세기 무렵이었다.
그들에게 자연이란 무엇인가?
모든 자연은 살아 있고 각자의 의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고 여겼다.
모든 사물이 살아있는가?
자연이 가진 불가분의 생명력, 축치족은 이것을 ‘목소리’라고 부른다.
‘축치족의 신앙’은 어떤 것인가?
생명에 대한 관념이 극히 단순하다. 사물이나 자연 현상의 의인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가장 초기의 원시 신앙이다.
애니미즘인가?
저자인 보고라스는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왜 이 단어를 회피하는가?
애니미즘은 죽음 이후에도 상존하는 영혼에 대한 관념, 신적 존재도 포함하는 영혼관을 전제한다. 축치족은 아직 일관된 영혼관에 이르지 못했다.
그들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는가?
세상이 5층, 7층 또는 9층으로 되었다고 여긴다. 시베리아 지역 소수 원주민족들의 공통적인 세계관이다.
축치족 세계관은 뭐가 다른가?
이 땅이 여러 층으로 구성된 세상의 중간에 놓여 있다고 본다. 다른 민족은 지하 1층, 지상 1층, 그리고 나머지 세계는 천상계의 층이라고 본다.
우리 세상의 위아래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가?
이 세계와 동일하다. 우리 세계의 땅은 아래층 세계의 하늘이고 우리의 하늘은 곧 위층의 땅이다.
이 세계의 하늘은 어떻게 떠 있나?
사방의 지평선이 받친다. 하늘 바위의 네 귀퉁이가 땅의 네 귀퉁이에 얹혀 있다.
하늘에는 뭐가 있는가?
여러 정령과 샤먼의 보조령, 악령들이 거주한다. 죽은 자를 화장하면 영혼이 연기를 타고 올라가 하늘에 머문다. 해와 달과 별도 있다.
정령과 죽은 자의 영혼은 어떻게 하늘로 올라가는가?
북극성 아래에 통로가 있다. 샤먼과 귀신은 이곳을 이용해 다른 세계를 넘나든다. 죽은 자는 시체를 화장하는 모닥불 연기를 타고 하늘로 간다.
정령에도 선과 악이 있나?
사람의 영혼을 빼앗아 질병이나 죽음을 일으키는 것이 악한 영이다. 대표적인 악한 영을 ‘켈레’라고 부른다. 착한 영은 ‘바이르기트’라고 부른다.
켈레는 왜 악한 정령이 되었는가?
이 세상에 있지만 산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의 영혼을 사냥하고 사람의 모든 일을 간섭하고 방해하기 때문이다.
켈레에게 영혼을 빼앗기면 어떻게 되는가?
축치족은 자살이 아닌 모든 죽음을 악한 영에게 영혼을 빼앗긴 결과로 본다. 그래서 모든 죽은 사람의 영혼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해로운 존재다.
바이르기트는 무엇을 하나?
샤먼을 돕는다. 샤먼이 켈레의 악행을 막거나 켈레가 만든 병을 치료하는 것을 돕는다. 집안에서 가장 존경받던 조상의 영은 후손들의 사냥이나 치병(治病)에 도움을 준다.
축치족이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
그들은 까마귀를 숭배한다. 우리 민족이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를 숭배한 것과 비슷하다. 또한 그들이 고대에 아무르 강 유역에 살았다는 견해가 있다. 고대국가 부여와의 연관을 추정할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민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 HK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