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기호학: 광고 읽기, 그 의미와 이데올로기
세계여성의날 특집 5. 소비와 일상의 이데올로기
주디스 윌리암스(Judith Williamson)가 쓰고 박정순이 옮긴 <<광고의 기호학: 광고 읽기, 그 의미와 이데올로기(Decoding Advertisements)>>
광고를 보는 순간 당신은
소비 자본주의 사회의 신화 속 일원이 된다. 광고의 내용은 당신의 두뇌에 침투하여 자신을 복제하기 시작한다. 이제 당신은 광고가 된다.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향해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통해서 작용한다.
2장 “기호는 누군가를 부른다”, <<광고의 기호학>>, 64쪽.
광고가 이데올로기를 전달하는가?
그렇다.
정치도 아닌데 무슨 이데올로기인가?
우리가 숨 쉬는 모든 공간에 이데올로기의 입자가 스며들지 않은 곳은 없다.
광고가 정치라는 말인가?
그렇다. 일종의 정치적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치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없다. 있다면, 사계절의 변화와 봄에 느낄 수 있는 바람 등이다.
광고는 여성을 어떻게 묘사하나?
윌리엄앤험버트의 드라이색 술 광고를 보자. 한 여성이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 드레스의 살짝 풀어진 단추가 도발적이다. 기호 표현으로서 여성의 모습은 순수하고, 지적이며, 동시에 강력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이 광고는 뭘 전달하는가?
능동적 여성상을 보여 주는 광고다. 적어도 기호 표현상으로는 그렇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그러나 그녀는 광고 상품과 연결된 상관물일 뿐이다. 상품 드라이색의 기호 내용일 뿐이다.
누가 이 상황을 지배하나?
살짝 풀어진 단추와 뒤에 있는 장기판이 암시하는 사람, 곧 광고에는 부재하는, 보이지 않는 남성이다. 광고 속 여성은 남성적 응시의 대상이다. 남성은 모든 것을 정의하고 결정하는 압도적인 현존이며, 여성은 남성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도록 운명 지워진다. 나아가 여성은 남성의 언어로 그녀 자신을 묘사한다.
보이지 않는 남성이 보이는 여성을 정의한다?
그렇다. 이 광고에서 남성은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다.
이 상황에서 광고 수용자는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광고를 보는 순간 호명되며, 부재하는 남성의 시선을 공유한다. 상품 드라이색의 기호 내용은 섹시한 여성이다. 결국 드라이색을 소비하는 것은 그것의 기호 내용인 섹시한 여성을 동시에 소비하는 행위가 된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그는 스스로 광고 속 의미의 적극적 생산자로 참여함으로써 드라이색과 섹시한 여성의 이미지를 동시에 소비하는 특정 집단의 일원이 된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광고의 전략은 뭔가?
우리 모두가 익숙하게 공유하는 사회문화적 맥락, 곧 이데올로기의 성채인 사회적 지식체계로부터 나온 조각들을 선택함으로써 누구나 친숙하게 바라볼 수 있는 텍스트를 만든다.
광고가 왜 이따위 짓을 하게 되는가?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어필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것, 그래서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광고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광고가 물건 파는 것 이상의 무엇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
광고의 의미 작용은 상품 정보만을 전달하지 않는다. 사도록 설득하기 위해 이용된 다양한 기호의 집합은 그 자체가 신화의 체계이며 이데올로기의 체계다.
우리는 광고를 보면서 신화의 세계로 흡입되는가?
우리는 광고의 함축적 의미, 곧 신화적 체계 생산의 적극적 참여자가 되고 특정한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에 암묵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 통념과 상식이 광고를 통해 강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광고의 작업’이다.
‘광고의 작업’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나?
광고로 촉발된 특정한 상품의 소비는 계급과 젠더를 포함한 집단 창조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소비하는지에 의해 규정되도록 만듦으로써 결국은 사회의 진정한 계급 구조를 모호하게 한다.
당신은 무엇을 주장하려는 것인가?
광고가 상품 정보의 투명한 전달체라는 단순한 믿음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광고의 기만적 신화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광고가 전통 종교와 예술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뜻인가?
바로 그렇다. 광고가 바로 그 기능을 현대사회에서 대신한다.
보이지 않는, 곧 광고의 숨은 기능을 요약하면 뭐가 되는가?
광고란 자본주의사회의 종교인 소비를 촉진하고 전도하기 위해 개발된 예술 행위다. 이것이야말로 광고의 숨은 기능이다.
이 책, <<광고의 기호학>>은 무엇을 말하는가?
1부 “광고의 작업”에서는 다양한 광고 사례를 바탕으로 광고의 의미교환 구조와 의미작용 방식을 분석한다. 소쉬르, 레비-스트로스, 마르크스와 알튀세의 구조주의적 시각과 라캉의 정신분석학 개념이 분석 도구로 사용된다. 광고 텍스트 분석의 진수를 볼 수 있다. 2부 “이데올로기의 성채”에서는 광고가 현실세계의 사물들을 기호로 재-사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징체계가 만들어지는 이데올로기적 맥락을 살핀다. 광고 텍스트의 진정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폭로해 주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정순이다.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교수였고 지금은 정신도 자유로운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