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지만지 3월의 새책 5. 자유인가, 사랑인가?
김정아가 뽑아 옮긴 표도르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 Достоевский)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천줄읽기≫
신을 통한 인간의 이야기
예수를 심문하는 척하지만 내심은 인간을 향한다. 못난 인간과 잘난 인간이 있는가? 신은 불변하지만 인간은 변한다. 사랑은 자유가 되고 자유는 사랑이 된다. 예수처럼 인간은 모든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강한 자들이 참아 낸 것을 참아 낼 수 없었던 나머지 약한 자들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이냐? 그토록 무시무시한 선물을 받아들일 힘이 없는 나약한 영혼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이냐? 그렇다면 너는 정말로 선택된 자들에게만, 선택된 자들을 위해서만 온 것이냐?”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천줄읽기≫,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정아 옮김, 260쪽
위의 인용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카라마조프가의 둘째 아들 이반이 지은 대서사시 <대심문관>의 일부다. 세상에 다시 온 예수를 대심문관이 심문한다. 대심문관은 예수가 선악 선택의 자유를 줘서 인류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비난한다.
선악 선택의 자유가 인류의 재앙인가?
자유를 감당하기에 인간은 너무나 약하고 모자라다. 지상의 빵, 신비, 권위를 물리치고 자유 의지로 예수를 따를 수 있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인간에게 자유는 선물이 아니라 고통이고 짐이다.
이반은 왜 <대심문관>을 썼나?
신을 믿는 동생 알료샤에게 무신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다.
그는 왜 신을 거부하는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가 거부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신이 만든 세계다.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왜 고통 받는 것인가? 그는 이런 세계를 인정할 수 없다.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무신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럴듯한 주장처럼 보이지만 이반의 인류애는 가짜다. 그에게 인간이란 하찮고 한심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상의 권능을 거부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고 자유 의지를 감당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다.
무력한 존재에 대한 사랑은 불가능한가?
적선하듯 상대를 내려다보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오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가?
카라마조프가의 막내아들 알료샤의 사랑이다. 추상적 인류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사랑은 공상이 아니라 실천이다.
사랑의 실천은 무엇을 결과하는가?
아무도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알료샤의 사랑은 개개인 안에 있는 아름다운 자아를 이끌어 낸다. 이반조차도 알료샤가 있어 삶을 사랑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카라마조프 가족은 어떤 이들인가?
아버지 표도르는 큰아들 드미트리의 재산을 가로챈다. 드미트리는 그루셴카라는 미녀를 놓고 아버지와 피 튀는 싸움을 벌인다. 차남 이반은 형의 약혼녀 카테리나를 사랑한다. 막내 알료샤는 수도원에서 나와 리자와 약혼하지만 그녀는 이반을 사랑한다.
이 집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아버지 표도르가 살해된다. 연적인 장남 드미트리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드미트리가 범인 맞는가?
표도르의 사생아로 추정되는 하인 스메르댜코프가 진범이다. ‘신과 불멸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이반의 사상에 감화되어 표도르를 살해했다.
범인은 밝혀지나?
이반은 섬망증으로 죽어 간다. 실망한 스메르댜코프는 자살한다. 진범은 밝혀지지 않고 드미트리는 도덕적 책무를 받아들여 유형 간다. 알료샤는 세상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이런 막장 드라마가 어떻게 고전 명작이 되었나?
중요한 것은 줄거리가 아니다. 서로 다른 등장인물들이 부딪치고 공명하는 긴밀한 구성이다. 작가는 한 가족의 분열을 통해 모순적이고 복잡다단한 인간의 본질을 그렸다.
도스토옙스키가 말하는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다양하다. 드미트리처럼 방향을 잡지 못해 미쳐 날뛰는 방탕이 있다. 아버지 표도르처럼 저열한 육욕도 있다. 차남 이반처럼 신에 대한 증오도 있다. 알료샤 같은 능동적이고 희생적인 사랑도 있다.
작가의 선택은 누구인가?
알료사다. 그의 삶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할 가치라고 말한다.
당신은 왜 이 책을 발췌해 옮겼나?
도스토옙스키는 복잡하고 심오한 작가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가장 방대하다. 엄청난 분량과 복잡한 내용에 질린 독자들에게 작품의 에센스를 보여 주고 싶다. 이 발췌본을 읽고 전문을 펼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당신은 누군가?
김정아다.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