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호 동화선집
사월의 나무이야기 1. 연꽃의 씨앗은 연꽃일까?
소민호가 짓고 김영균이 해설한 ≪소민호 동화선집≫
성장은 힘들다
쌀이 벼가 아니고 달걀이 닭이 아니듯이 아이도 아직 어른이 아니다. 마음은 어른이지만 몸은 작고 정신은 단순하다. 인내가 없으면 벼도 닭도 인간도 되지 못한다.
“아, 소나무다!”
나는 넓은 잎을 물 위에 올려놓고 소리쳤습니다. 그래도 소나무는 나를 못 알아보고 그냥 가지만 흔들었습니다.
햇살이 점점 따뜻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여름이 왔습니다. 나는 서둘러 가슴 깊이 안고 있던 것을 밀어냈습니다. 얼마나 꾹꾹 눌렀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내 이파리 사이에서 촛불을 닮은 하얀 꽃봉오리가 햇살에 빛났습니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꾹 참고 연못을 한 바퀴 빙 둘러보았습니다.
아, 연못 위에는 분홍빛 꽃봉오리들이 동동 떠 있었습니다. 가슴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배도 살살 아픈 것 같았습니다.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 ≪소민호 동화선집≫, 소민호 지음, 김영균 해설, 106~107쪽
‘나’는 누구인가?
씨앗이다. 오랫동안 바위틈에 있다가, 연못에 빠졌다. 긴 시간이 지난 뒤 마침내, 떠올랐다.
무엇의 씨앗인가?
알고 보니 연꽃이었다. 씨앗은 바위틈에 갇혀 옆에 선 소나무에게 신세를 한탄하곤 했다. 자신이 무엇인지 몰랐던 때였다.
소나무는 어떤 존재인가?
오랜 세월 절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바위틈에 갇힌 씨앗이나 함구증을 앓는 동자승,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보았다.
동자승과 씨앗의 관계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꽃씨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인내가 필요했다. 연꽃의 인고는 동자승의 함구증 치유에 촉매가 된다.
불교 동화인가?
이 책에는 불교를 배경으로 한 동화가 총 15편 실렸다. 불교 자비관을 직접 담은 <방생>부터 단순히 사찰이 배경인 <소리 잃은 풍경>까지 다양하다.
당신은 불교도인가?
나는 불교를 잘 모른다. 불교 지식이나 깊은 뜻을 모른다.
불교를 모르면서 불교 동화를 쓰나?
종교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결국 자신을 다스리고 바른 길을 걷기 위한 것이 아닌가?
승려 캐릭터가 덕구인가?
그렇다. 바로 위의 인용문인 <바위틈에서 키운 하얀 꿈>에 나오는 함구증을 앓는 동자승, 덕구다. <소리 잃은 풍경>에는 ‘큰스님이 맡아 키우는 고아’로 등장하고, <작은 소리꾼>에서는 단순히 ‘동자승’이라고 나온다.
<태>의 주인공은 어떤가?
부모의 이혼으로 농촌 학교로 전학 온 훈이다. 학교 적응도 힘들고 성격도 점점 사나워진다.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는 생각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처지를 ‘태’와 동일시한다.
‘태’가 뭔가?
참새 쫓는 도구다. 채찍처럼 생겼는데 요령껏 돌리면 ‘딱’ 하는 큰 소리가 나는 농기구의 일종이다. 꼬리로 제 몸을 때려서 소리를 내며, 그 소리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참새나 산짐승을 쫓는다. 많이 쓰면 너덜너덜해진다.
훈과 태의 연결고리는 뭔가?
할아버지가 헌 태를 버리려 하자 훈이 가로챈다. ‘새로 만들면 뭐 해. 금방 너덜거릴 텐데’라고 생각한다. 너덜거리는 태를 보며 자아를 확인한다.
태와 훈의 대위법인가?
둘의 처지가 이중주를 연주한다. 공통점은 ‘자학’이다. 태는 훈의 객관적 상관물이다. 자학하면서 주변에 모여드는 참새나 동물들을 쫓아낸다.
이중 플롯을 사용하는 이유는 뭔가?
주인공과 보조 인물 또는 사물이 서로의 객관적 상관물이 됨으로써 독자의 정서를 유발하거나 강화한다.
동화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기능이 있는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들의 사고에 비교의 시각과 논리 사고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본다.
아이들에게 어려운 일 아닌가?
김영균은 이렇게 말했다. “이중 플롯은 독자의 주의를 흐트러지게 해서 주제 파악을 어렵게 하고 자칫 지루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더 많은 상징성을 내포하고 의미망을 강화하는 만큼 어린 독자의 깊은 주의력을 요구한다.”
동의하는가?
집중해서 읽어야만 의미 파악이 되고 독서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는 말일 것이다. 제대로만 읽으면 주인공의 이미지보다 보조 인물이나 상관관계에 놓인 사물로 인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오래 간직할 것이라 본다.
언제 어떻게 등단했는가?
마흔세 살 되던 해에 계간 ≪동화문학≫ 신인상에 당선했다. 등단작은 <바보 바위>다. 동해안 삼사해상공원에 있는 바위를 소재로 한 동화다.
당신은 누구인가?
소민호다. 동화작가다. 나는 아직도 꿈이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