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보연구 51-1호
신간 저널 탐색 1. <<언론정보연구>>의 BBC와 공론장
아직도 비비시를 말하는 이유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은 공영방송이다. 사장이 바뀔 때마다, 민감한 정치 문제를 다룰 때마다, 역사 해석에 자기 관점을 드러낼 때마다 여와 야가 싸우고 언론과 엔지오가 다투고 노조와 경영이 대립한다. 판단의 기준은 어디 있는가?
많은 공영방송이 독점의 안일과 문화적 계몽을 이유로 ‘유익한지는 모르나 재미는 없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때에도 BBC는 품질과 인기를 겸비해 뭇 공영방송들의 부러움을 샀다.
한국방송에서의 BBC 모델, <<언론정보연구>> 51-1호
이번 특집은 무엇을 말하는가?
BBC의 역할을 역사와 제도의 관점에서 검토했다.
왜 BBC를 말하는가?
한국 공영방송 담론에 레퍼런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왜 아직도 BBC인가?
BBC의 임무, 경영 전략, 실천적 대처, 그리고 공적 성과 때문이다. 전 세계 공영방송사의 레퍼런스다. ‘공영방송 제도’ 자체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공영방송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론장 역할에 주목한다.
그들은 어떤 공론장인가?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언론이고 다양한 취향의 욕구에 대응하는 정보 제공자다.
무엇을 근거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가?
BBC 칙허장이다. 칙허장에는 ‘공공 서비스 의무’가 적시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의무가 ‘sustaining citizenship and civil society’, 곧 시민권과 시민사회의 유지다. 이밖에도 5가지의 의무가 있다.
의무 수행 여부를 어떻게 확인하는가?
BBC 트러스트다. 규정된 의무 수행 여부를 감시하고 규제한다.
정부 개입이 있는가?
어떤 방송도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신문과는 다르다. 방송은 역사적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국영방송과 뭐가 다른가?
규제가 종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의 양식과 맥락은 사회 조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규제의 다양성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폭력적인 방식부터 정치적이고 직접적인 방식, 그리고 제도적이며 교섭적인 방식에 이르기까지 깊이와 폭이 매우 다양하게 펼쳐진다.
BBC는 어떤 식으로 규제되는가?
칙허장 변경 후 도입된 ‘공공 가치 심사(public value test)’에 의해 규제된다.
공공 가치 심사란 무엇을 뜻하는가?
BBC의 서비스 전반을 심사한다. 예를 들어 BBC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할 때, 그 서비스가 칙허장에 규정된 ‘공공 서비스 의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지, 그리고 미디어 시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종합 평가한다. BBC는 이런 심사 체계를 방송 기획과 평가의 전 과정에 적용한다.
BBC 수신료도 규제 도구인가?
텔레비전 수상기 면허세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다. BBC가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고품질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기반이다.
수신료가 방송에 대한 권력의 통제 수단으로 쓰이지 않는가?
수신료 제도 자체가 정치적 통제 수단은 아니다. 이것의 정치적 의미와 영향력은 칙허장 갱신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 세력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수신료 관련 이슈가 뭔가?
수신료로 방송하는 BBC가 수신료를 받을 수 없는 상업방송과 수평 경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공영방송이 상업방송과의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
점유율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보면 BBC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성공적으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성공 요인이 뭔가?
고품질 방송 서비스다. 공영방송의 기본 임무를 착실하게 수행한 결과 대표적인 공적 제도로 자리 잡고 역사성을 확립했다.
‘기본 임무 수행’ 공식은 한국 공영방송에도 쓸 수 있는 도구인가?
그렇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공적 사안을 공정하게 보도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환기시키고 더 많은 토론을 실행해야 한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도 지금보다 훨씬 더 확대해야 한다.
방송사 자체의 책임의식 결여 문제는 없는가?
왜 없겠는가? 방송과 경영 결과에 대해 책임자들이 ‘설명책임’을 인식해야 하고 평가와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방송 학자와 연구자들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가?
더 많이 읽고 고민하고 써야 한다. 어떻게 학자와 연구자가 현실의 부진에 대해 책임이 없을 수 있겠는가?
정책 전문가와 정치인의 임무는 무엇인가?
공영방송 제도는 이미 허약해져 우려할 만한 상태가 되었다. 제도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준웅이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학술지 ≪언론정보연구≫의 편집위원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