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동화선집 초판본
어른을 위한 어린이날 특집 1. 방정환의 맨가슴과 맨발
방정환이 짓고 장성유가 엮은 ≪방정환 동화선집≫
아이들을 짓누르는 이중의 압제
봉건주의와 제국주의가 한꺼번에 소년을 덮친다. 창남은 수난 속에서도 의기를 잃지 않는다. 자신의 마지막 옷을 이웃에게 벗어 주고 맨가슴과 맨발로 학교에 간다. 만년 샤쓰는 따뜻하다.
무엇 때문에 ‘만년 샤쓰’인가?
가난과 사랑 때문이다.
가난이 사랑을 만든 것인가?
사랑이 가난을 만들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 매서운 바람이 불어 마을에 큰불이 났다. 이웃집이 재가 되었다. 창남과 어머니는 가진 옷을 이웃에게 주었다.
창남은 어떤 캐릭터인가?
수난을 겪으면서도 의기를 잃지 않는 소년이다. 항상 쾌활해 아이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친구들은 안창남과 이름이 같은 그를 ‘비행가’라 부르며 좋아한다. 샤쓰, 양복바지, 버선도 없이 등장하면서 슬픈 개인 사정과 고결한 정신이 드러난다.
안창남의 패러디인가?
그렇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조종사다. 1922년 12월 10일 여의도 비행 때 동체에 조선 지도를 그려 넣어 민중의 환호를 받았다. 1925년 중국 망명 뒤 항일 혁명군에 들어갔다.
창남이의 슬픈 개인 사정은 뭔가?
앞 못 보는 어머니다. 어머니는 입을 옷까지 이웃에게 주고 벌벌 떨고 있었다. 창남은 샤쓰와 버선을 벗어 준다. 어머니는 ‘샤쓰도 버선도 남 주었는데 웬 것이 두 벌씩 남았느냐’며 의아해한다. 그는 ‘맨가슴과 맨발’로 학교에 간다.
<萬年 샤쓰>의 서사 전략은 무엇인가?
웃음과 눈물, 감동의 변증법이다. 독자는 창남의 차림새 때문에 웃음을 터뜨리다가 가난한 형편과 슬픈 개인 사정이 알려지는 순간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따뜻하고 씩씩한 창남의 모습에서 감동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방정환 동화의 맛은 무엇인가?
재미다. <동화 작법−동화 짓는 이에게>에서 그는 말했다. “동화가 가져야 할 첫째 요건은 아동들이 잘 알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 둘째, 아동에게 유열(愉悅)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맛의 레시피는 뭔가?
시각보다 청각을 자극하는 글쓰기다. 감칠맛 나는 구수한 입말체가 방정환 동화의 백미다.
백미를 맛볼 수 있는가?
<이상한 샘물>의 결말부다.
샘물 옆까지 와 보아도 욕심쟁이는 보이지 아니하였습니다.
“필경 늑대나 호랑이에게 물려 간 모양이로군.”
하고 탄식을 하면서 그 근처를 찾노라니까, 이것 보십시요, 저쪽 바위틈에 크디큰 어른의 옷을 입은 갖난 어린애가 누어서
“으앙 으앙.”
하고 울고 있지 않습니까. 웬일일까 하고 뛰어가 보니까 옷은 분명히 욕심쟁이 늙은이가 입었던 옷인데 옷 속에 갖난애기가 으앙 으앙 울고 있는 고로, 그 욕심쟁이 늙은이가 샘물을 퍼먹을 제도 너무 욕심을 부려서 한없이 많이 퍼먹고 젊다 젊다 못해서 아주 갖난애기가 된 것인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한 것인가?
독자와 청자를 동일시한다. 서술자와 독자가 동화문학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서술자가 ‘이것 보십시오!’ 하고 주의를 환기하거나 ‘울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상대의 의향을 일깨우는 어투를 사용한다.
방정환의 아동문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1914년 16세 때부터 아동 잡지 ≪붉은 저고리≫, ≪아이들 보이≫, ≪새별≫을 탐독했다. 이광수는 방정환의 글에서 ‘소년문학과 소년운동에 큰 뜻과 특재’를 엿보았다고 말했다. 1920년에 동요 <어린이 노래−불 켜는 이>를, 1921년에 동화 <왕자와 제비>를 번역·발표하며 한국 아동문학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동력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어린이를 잘 키우자는 사랑의 표현과 미몽에 잠든 민족 독립에 대한 기대다. 봉건주의와 일제의 민족 탄압이라는 이중의 압제에서 신음하는 조선 어린이의 해방을 부르짖었다. ‘어린이’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앞장섰다.
무엇을 남겼는가?
1923년 한국 최초의 아동 문제 연구 단체 ‘색동회’를 창립하고 ≪어린이≫를 창간했다. 이 잡지는 한국 아동문학의 기초를 세우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 아동문학의 3대 장르로 동요·동화·동화극을 제시했다. 창작 탐정소설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대한민국의 첫 탐정소설이란 <동생을 차즈려>를 말하는가?
그렇다. 1925년 1월부터 10월까지 ≪어린이≫에 발표했다. 창호의 동생 순희가 별안간 사라진다.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순희를 찾지 못한 가족들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열하루째 되는 날 창호에게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순희가 쓴 것이다. 청국 사람들에게 납치되어 얼마 뒤 청국으로 끌려갈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명동 조선 기와집”이라는 단서 하나만 가지고 창호는 동생을 찾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순희를 찾아내고 학교 선생님, 동무들이 함께 구출 작전을 펼친다.
어떻게 인신매매 모티브가 등장한 것인가?
당시 사회문제였다. <萬年 샤쓰>에 나오는 마을의 화재도 당시 신문 지면에서 자주 보도되는 문제였다. 그는 당대 민중의 아픈 현실을 제재로 창작했다.
아동문학에서 아픈 현실과 부딪힌 이유는 뭔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꿋꿋하고 씩씩하게 자라나는 아동상을 그리려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성유다. 동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