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416 커뮤니케이션 10. 세계는 한국을 어떻게 보는가?
대한민국이라는 가짜 브랜드
지구촌에서 가장 빨리 발전한 경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이 발전한 정치, 인터넷 시대를 가장 앞서 나가는 문화. 그러나 안전은 없었고 대한민국은 헌신짝이 되었다.
국가 브랜드 연구의 눈으로 볼 때 416은 무엇인가?
퇴보다.
무엇의 퇴보인가?
안전이라는 가치의 퇴보다. 안전은 국가의 정신 요소다. 집으로 비유하면 기둥이다. 정신이 몰락한 것이고 국가의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기반은 무엇이었나?
우리는 경제 안정 위에 국가 브랜드를 세워 왔다. 서구에서는 경제 파산 때문에 국가 브랜드의 딜레마가 발생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국가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안전의 침몰 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416 분석에서 당신의 키워드는 무엇인가?
붕괴다.
무엇의 붕괴인가?
416은 국가, 사회, 국민 가운데 어느 하나가 무너진 것이 아니다.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져 발생한 사건이다.
416 이후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어떤 모습인가?
경제는 있으나 국민이 없는 나라다.
국가 브랜드의 관점에서 국가는 무엇인가?
원산지로서의 국가, 거주지로서의 국가, 관광지로서의 국가다.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이 무너졌다는 것은 원산지, 거주지, 관광지로서의 매력도가 실추되었음을 의미한다. 국가 브랜드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세계는 한국 제품을 살 이유, 거주할 이유, 방문해야 할 이유가 약해졌다.
416 이전에 대한민국은 안전한 나라였나?
아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예전부터 있었다. 남북 분단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분단은 부정적 이미지임에 틀림없지만 이념과 냉전의 결과라는 특징이 있었다. 이것 때문에 세계는 한국의 안전 불안을 이해해 주었다. 오히려 전 세계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냉전 유산으로서 세계 전체가 남북문제에 책임을 느끼기도 했다.
416은 무엇이 다른가?
416은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이자 그 속에 담긴 또 하나의, 즉 내적 안전이라는 문제다. 한국 사회의 안전망 수준의 문제다. 매뉴얼의 부재, 도덕성의 부재, 시스템의 부재로 쌓아 올린 한국 사회의 왜곡된 구조가 민낯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으로 인한 외적 안전과 416으로 인한 내적 안전의 문제를 동시에 안게 되었다는 말이다.
416 이후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퀄리티다. 한국은 그동안 국가 브랜드에 대한 퀀티티에 주목했다. 그러나 416 이후 숨어 있던 퀄리티가 드러났다. 세계는 한국 브랜드 이미지의 퀄리티를 의심한다. 양만 있고 질은 없는 나라가 된 것이다. 416은 국가 브랜드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416 이후 국가 이미지 관리를 위해 한국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무엇인가?
지금은 국가 이미지를 관리할 시기가 아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 관리가 필요하다. 실체가 없는 이미지는 불안하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가짜 이미지다. 국가적 정체성을 실체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 명성, 이미지 등에 의존해 왔던 허울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실체 만들기가 국민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실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국가 밖의 브랜드가 아니라 국가 안의 브랜드를 다져야 한다. 과거 우리 사회는 내부 브랜드를 다지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실행했다. 새마을운동은 정신 재무장이다. 정신 재무장이 도덕 재무장으로 이어지면 거기서 실체가 생겨난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가족과 나에 이르기까지 실체 점검에 나서야 한다. 혁신적 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 실체에 몰두해야 한다.
정신 재무장은 어떻게 하는가?
우리가 하는 일을 우리가 아는 것이 정신 재무장이다. 바로 공동체 정신이다. 공동체 정신은 소통의 정신이다. 인간과 인간이 소통하고 자신과 자신이 소통할 때 인지와 행동이 일치하는 사회가 생긴다. 정체성이 분명해지고 사회 시스템이 탄탄해지고 그러면 실체가 생긴다.
당신에게 416은 무엇인가?
회고와 반성이다. 나는 그동안 국가 브랜드 자체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이번에 확인하게 된 것은 국가 브랜드가 상징과 감성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내실이다. 내실이 튼튼해지면 국가 브랜드는 자연스레 발전할 것이다. 국가 브랜드에서 정작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김유경
김유경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다. <<국가 브랜드, 국가 이미지>>, <<글로벌 시대의 국제광고론>>, <<인터넷과 광고>>,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광고와 사회>>, <<브랜드 광고론>>과 같은 책을 썼고 한국광고학회장을 맡았다. 그는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글로벌 마켓에서 발전시키는 길을 찾아왔다. 답은 나라 바깥에 있는 것으로 보였고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상징과 감성으로 대한민국을 소통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생각은 달라지고 있다. 나라 안의 견실함이 없이는 나라 밖의 화려함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