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금 당장 ‘생명 시스템’에 접속하라
현대 과학과 동양사상으로 그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
현대 문명의 위기는 신기술이나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관계 맺는 방식, 즉 선형적 사고와 기계론적 세계관에 깊이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인식 체계, 가치관, 삶의 양식을 혁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프리초프 카프라는 시스템 사고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현대 학문의 다양한 지적 흐름을 엮어 비생물과 생물을 아우르는 생명 시스템 이론을 설계한다. 그렇게 창출한 패러다임은 오랜 세월 생명을 탄생시키고 유지한 지구 생명 체계의 지혜와 맞닿아 있다. 생태적 연결망에 접속해 얽히고설킨 전 지구적 문제들을 해결할 길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영성을 지닌 과학자 카프라의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물리학자로 출발한 카프라가 왜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 변신했는지, 생명 시스템 사고가 어떤 지점에서 동양 전통 사상들과 만나는지 상세히 살필 수 있다. 아울러 카프라의 시스템적 생명관을 매개로 구두끈 이론, 양자역학, 자기제작 이론 등 다양한 현대 과학 이론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다. 세상의 시스템에 나타나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이는 그 문제를 낳고 있는 장본인인 우리다. 카프라가 말하듯 생태문해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 보자.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1939∼ )
시스템 사고에 입각한 생명 시스템 패러다임 사상가이자 생태문해력 교육 계몽가다. 1960년대 후반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래 현대 과학 이론이 발전한 맥락을 다루는 저술을 지속적으로 출판했다. 대략 13권의 저술을 통해 현대 과학의 진전 과정과 그 귀결점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했다. 이로써 과학사와 과학 사상을 이해할 장을 마련했고, 현존하는 이론들을 융합해 비생물과 생물을 아우르는 생명 시스템 이론을 창조적으로 설계했다. 생명 시스템 패러다임 성립을 다룬 저술 ≪시스템적 생명관(The Systems View of Life)≫ 등을 출판했다. 카프라 과정(Capra Course)을 설립해 과학의 최전선에서 생명에 관한 체계적 견해를 탐구하는 법과 그 견해를 경제, 경영, 정치, 디자인, 의학, 법률 분야에 응용하는 법 그리고 생태문해력을 높이는 법을 교육하고 있다.
200자평
프리초프 카프라는 생명 시스템 패러다임을 구축한 과학 사상가다. 다양한 현대 이론을 종합해 생태적 연결망과 지구 생명 체계의 자기제작에 주목하는 시스템적 생명관을 발전시켰다. 이 관점에 기반해 생태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활동을 전개했다. 카프라의 학문과 삶의 궤적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지은이
유권종
중앙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Enactivism, 시스템 사고, 인지과학, 구성적 실재론 등 현대 과학·과학철학 이론을 동양철학·한국철학에 접맥해 새로운 연구 관점을 모색해 왔다. 저술로는 한국 유교의 도상 5000여 건을 바탕으로 정리한 ≪한국 유교 도상의 역사≫(2020), 공저로는 인지과학·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응용한 유교 예교육의 타당성을 탐구한 ≪유교적 마음모델과 예교육≫(2009), 조선 시대 유학자 장현광의 예학과 성리학 이론을 재해석한 글을 실은 ≪여헌학의 이해≫(2015), ≪여헌 장현광의 학문 세계≫ 1·3·4권(2004∼2012), 비교문화적 관점에서 시대별·지역별 재난과 철학의 관계를 탐구한 Catastrophe and Philosophy(2018), 구성적 실재론을 동양철학 연구에 응용할 가능성을 탐구한 Constructing Reality/Realität konstruierend(2016), 음식문화와 환경윤리의 관계를 논한 글을 실은 Encyclopedia of Food and Agricultural Ethics(2014) 등이 있다. 공역으로는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윤리적 노하우≫(2009), ≪논어≫, ≪중용≫, ≪대학≫(이상 2016) 등이 있다.
차례
생명 시스템과 생태문해력의 과학 사상가
01 카프라의 인생과 특이한 경험들
02 과학과 영성의 교직
03 시스템 사고
04 사회적 패러다임과 영성
05 전환점
06 생태적 관점
07 생명 시스템
08 생명의 패턴과 은유의 인식론
09 생명의 본성과 자기제작
10 생태 원리와 생태문해력
책속으로
카프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을 통해 우리를 그 세계로 인도한다. 세상의 시스템 탓에 나타나는 문제를 시스템 사고의 해법으로 함께 풀어 가려 한 것이다.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이는 그 문제를 낳고 있는 장본인인 오늘날 지구촌의 구성원들이다. 카프라는 이러한 자각을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여러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생명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구현하는 실천에 열정을 쏟으며, 다른 이들도 그 관점을 공유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삶의 방식을 실현하도록 독려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카프라의 삶은 주로 저술가로서 전개한 활동에 국한되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삶은 훨씬 더 다양하고 포용력 있는 경험의 세계를 향해 열려 있다.
_“생명 시스템과 생태문해력의 과학 사상가” 중에서
카프라는 과학자란 객관적 지위의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임을 강조한다. 카프라에 따르면 참여자 관념은 현대 물리학에서는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확립되었으나, 이미 동양 신비주의를 연구하던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고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신비적 견식(見識)이란 관찰만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고, 오히려 자기 존재 전부를 쏟아 넣는 전적 참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참여자 개념은 동양적 세계관에서는 결정적이며, 동양의 신비가들은 이 개념을 관찰자와 관찰되는 것, 주체와 객체가 불가분할 뿐 아니라 구별될 수 없게 되는 극한까지 밀고 나간다.” 이것이 만물의 통일에 대한 궁극적 파악이자, 우리의 개별성이 차별 없는 일자(一者)로 용해되어 감각의 세계가 초월되고 사물의 개념이 없어진 의식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는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梵我一如), 장자가 말하는 좌망(坐忘)의 상태와도 같다.
_“02 과학과 영성의 교직” 중에서
카프라는 구체화된 정신 개념의 연장선상에서 그동안 종교가 신비적·초월적 영역에 두었던 영성을 시스템적 연결망 안에 포함시켰다. 동서양에서 영성이 지녔던 고전적 의미에서 시스템 사고에 적합한 영성의 의미를 추출해 재정립한다. 영성을 의미하는 라틴 단어 ‘spiritus’는 원래 ‘숨’을 뜻했다.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는 라틴의 ‘anima’, 그리스어의 ‘psyche’, 산스크리트의 ‘atman’ 역시 ‘숨’을 뜻한다. 카프라는 이러한 어원적 분석에 입각해 영성을 ‘생명의 숨결’로 정의한다. 이는 모든 생명계의 공통 특징인 대사 과정의 네트워크를 완벽하게 비유한 표현이기도 하다. 영성은 생명의 숨결처럼 생명 작용과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 영성은 몸 또는 생명 전체의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_“04 사회적 패러다임과 영성” 중에서
카프라에 따르면 조직 패턴은 유기체의 본질적 특성뿐 아니라 시스템이 생물인지 비생물인지도 결정한다. 결국 자기제작은 생명의 결정적 특징이다. 즉 어떤 것이 생물인지 비생물인지 구분하려면 그것이 자기제작하는 연결망의 패턴인지 살피면 된다. 또한 생명 과정으로서 인지는 자기제작과 연결된다. 달리 말해 자기제작과 인지는 생명이라는 동일한 현상의 두 가지 다른 측면이다. 이에 따라 카프라는 모든 살아 있는 시스템이 인지 시스템이며, 인지는 항상 자기제작 연결망의 존재를 함축한다고 주장한다.
_“09 생명의 본성과 자기제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