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 연구
64 특집 5. 선거가 조용한 두 번째 이유
김미경·김유정·김정기·김해원·민병현·박동숙·박은희·박주연·박창희·심성욱·연보영·윤석년·이동훈·이옥기·장석준·전범수·정회경·최은경·황유선이 쓴 <<소셜 미디어 연구>>
사회소통망, 때를 만나다
짐작했지만 기대 이상이다. 선거는 조용하고 의견은 빠르게 전달된다. 지역, 정당, 학연, 지연의 벽을 넘어 의제와 사실, 토론과 선택이 확산된다. 한국 정치가 떼몰이 시대를 끝내고 판단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소셜 미디어 때문에 정부와 시민의 소통이 간접 방식에서 직접 방식으로 바뀐다. 국내에서도 트위터 이용자의 42%가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한 직접 소통으로 선거 정보를 획득했다고 조사되었다.
‘소셜 미디어와 시민사회’, <<소셜 미디어 연구>>, 441쪽.
6·4 지방선거에서 SNS의 달인은 누구인가?
박원순 아닐까? 시민운동가 때부터 SNS로 소통했고 시정 활동도 SNS로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지난달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사과문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했다.
박원순은 SNS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시장 되기 전부터 파워 트위터리언이었다. 이번에도 공약과 이슈를 알리는 데 적극 활용했다. ‘카카오스토리 에티켓 지키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젊은이들과 소통한다.
소통 전략은 무엇인가?
전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사용자인 시민, 곧 유권자가 주도하는 정치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다.
유권자 주도 정치 캠페인의 방법론은 무엇인가?
SNS에서 선거 의제가 긍정적 메시지로 양산되도록 유도한다. 자신을 지지하는 파워 트위터리언들의 적극적 소통 전략도 주효했다. ‘클린 SNS 캠페인’을 지향해 SNS 의제를 네거티브나 자극적 소재로 흐르지 않게 했다.
클린 SNS 캠페인이 지지를 높였나?
정치적 냉소주의가 팽배한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헌했다.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네거티브는 어떻게 방어했는가?
박원순의 카카오스토리에 근거 없는 루머와 네거티브가 기승을 부렸다. 삭제할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소통 자유를 저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 ‘카카오스토리 에티켓 지키기 운동’을 제안했다.
간접 화법을 쓴 것인가?
그렇다. 네거티브로 대표되는 한국 선거 캠페인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SNS는 선거를 어떻게 바꾸는가?
일방향 정치 메시지를 양방향 소통으로 바꾸었다. 유권자의 수용 모델이 유권자의 참여 모델로 달라졌다.
어떤 기능이 특히 강한가?
지지자 결집과 반대자를 설득하는 플랫폼 기능이 강하다.
정치 현실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는가?
현대 정치를 거대한 담론의 장에서 생활정치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SNS 때문에 정당의 정체성과 당원 조직은 약화될 것이고 정당정치 회의론까지 불러낼 것이다.
선거 도구로서 SNS의 효과를 입증한 국내 첫 사례는 무엇인가?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펼친 SNS 정치 캠페인이다. 대중 미디어 위주의 선거 캠페인으로부터 SNS 중심 캠페인으로 전략 전환이 확인된 중대 사례다.
박원순과 나경원의 SNS 운영은 어떤 차이를 보였는가?
박원순은 진보 성향의 파워 트위터리언의 지원으로 유권자 중심의 의제를 설정하여 긍정적 메시지 위주의 리트윗이 이루어졌다. 나경원은 리트윗의 양은 많았지만 내용이 네거티브 위주여서 의제설정 효과가 약했다.
선거 결과에는 어떻게 기여했나?
박원순이 이겼다. SNS 주사용 연령대인 20~30대뿐 아니라 40대에서도 60% 정도의 지지율을 이끌어 냈다. 정치적 효능감을 유권자에게 심어 준 좋은 사례다.
그 이후 선거에서 미디어 활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SNS가 선거 캠페인의 주요 메시지 플랫폼이 되었다.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 캠페인이 가능해졌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정치 메시지 전달이 가능해졌다. 선거 캠페인의 전략성이 더욱 높아졌다.
SNS 선거 전략의 전망은 무엇인가?
대중 미디어의 여론 형성 기능이 약화되고 SNS 선거 캠페인이 여론 형성 기능을 대체해 나갈 것이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의 증가는 이를 더욱 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6·4 지방선거의 커뮤니케이션 특징은 무엇인가?
오프라인 공간의 선거운동 자제다. 반대로 SNS,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선거운동의 핵심 도구로 등장했다. 후보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세월호 애도 및 자신의 정책을 전하며 유권자와 소통한다. 조용한 선거운동은 유세차량, 출정식으로 대변되는 과거의 선거운동이 결코 올바른 정치 캠페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세월호 사건과 이번 선거의 관계는 무엇인가?
부동층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밴드왜건효과와 언더독효과 중 어느 효과가 우세할지 초미의 관심사다. 한국 정치 스펙트럼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40대의 표심이 정부와 여당을 등지는 경향을 보인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와 여당의 무능력한 대응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판단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석준이다.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