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 육필시집 호랑나비 돛배
초록빛 무성하게 출렁이는 유월이 오면 당숙은/ 지금은 없는,/ 없는 손가락 두 개가 자꾸 어른거린다고.// 징집 명령을 받고/ 점점 가까이 울려오는 따발총 소리 들으며/ 당신 손으로/ 시퍼런 작두날에 싹뚝 자르던,/ 뒷뜰 장독대 옆을/ 눈물 핏물로 흥건히 적시며/ 겅중겅중 살아서 뛰던/ 검지와 장지,/ 없는 손가락 두 개가 자꾸 어른거린다고.// 당숙은 요즘도 태백산 준령을 타고/ 오르내리는 날카로운 팬텀기의 굉음이나/ 가끔씩 웃말 너머 예비군 사격장에서/ 울려오는 총소리가 귓전을 스칠 때면// ?날 소생시켜 다오!/ ?날 소생시켜 다오!// 울부짖는/ 오른 손가락 두 개의 생생한 외침을 듣는다고.
≪고진하 육필시집 호랑나비 돛배≫, 34~37쪽
고진하는 시인이자 목사다.
종교와 문학을 넘나들며 가난한 영혼에 봉사한다.
그때 시는
하느님 말씀을 찾고 전하는
기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