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콘텐츠 공식
6월의 새책. 문화 콘텐츠 히트 공식을 찾았다
양성희가 쓴 <<파워 콘텐츠 공식>>
연애만 했던 한국 드라마
병원에서도, 경찰에서도, 법정에서도 그리고 회사에서도 한국인은 연애만 했다. 메디컬, 범죄, 법정 그리고 기업 드라마의 장르 따위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지금, 한국 드라마는 최고의 로맨스 콘텐츠가 되었다.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 품질에 더해 날로 새로워지는 미디어 환경이 흥행의 결정적 변수다.
‘머리말. 한류와 파워 콘텐츠’ 중에서, <<파워 콘텐츠 공식>> xx쪽.
무엇이 파워 콘텐츠인가?
흥행에 성공한 콘텐츠다. 대중문화산업에서 콘텐츠의 흥행 여부는 콘텐츠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워 콘텐츠는 어떻게 생겼나?
특정 프로그램일 수도 있고 특정 유형의 스타나 상품일 수도 있다. ‘초대박’은 아니어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콘텐츠도 포함했다.
콘텐츠 흥행 요소는 무엇인가?
내적 요소는 흔히 ‘재미’라고 표현되는 장르적 완결성이다. 외적 요소는 콘텐츠가 생산·유통·소비되면서 당대와 만나는 사회와 시대의 맥락이다. 대중심리나 사회상, 미디어 환경 변화가 그것이다.
한국 사회는 파워 콘텐츠와 언제 조우했나?
2000년대 이후인데 특히 2003년이 중요하다. 책에서 다루는 주요 파워 콘텐츠들도 이 해에 쏟아졌다. 한류의 시발점이 된 <겨울연가>가 2003년 일본 NHK에서 방송됐고, 첫 번째 1000만 영화인 <실미도>도 이 해 개봉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5인조 남성 아이돌 동방신기가 데뷔한 것도 2003년이다.
왜 2003년인가?
1990년대에서 2000년대로 이어진 우리 대중문화산업 팽창의 결과다. 1990년대에 문화의 시대가 열렸고 문화산업의 인프라가 구축됐다. 대기업의 문화산업 진출, 문화를 미래 사회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국가 의제화, 엘리트 인력들의 문화산업 투신, 경제력을 갖춘 문화 소비자의 등장이 맞물렸다.
한류 콘텐츠도 여기서 시작된 것인가?
한류 콘텐츠의 공통점이 있다. 한류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기획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수용이었다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한국 대중 문화가 보편성을 획득했다는 뜻인가?
그렇다. 싸이가 그렇고 <겨울연가>가 그렇다. 국경을 넘는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획득하게 되었는가?
히트 직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이들 대부분이 골칫덩어리라고 비판받았다. 사랑 타령만 하는 TV 드라마, 10대를 겨냥해 음악시장을 왜곡시키는 아이돌이란 비판이었다. ‘연애만 하는 한국 드라마’라는 말이 있다. 장르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병원에서도, 경찰에서도, 법정에서도 연애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꾸어 말하면 한국 드라마는 모든 장르를 로맨스로 수렴시키는 탁월한 역량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로맨스에 관한 한 해외 팬들을 사로잡을 만큼 세계 최강급이라는 것이다.
로맨스의 보편 기법을 터득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란 뜻인가?
문화 기획의 ‘강점혁명’이랄까. 우리의 약점이 밖에서는 우리의 강점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못하는 것을 잘하려 하는 것 못지않게, 우리가 잘하는 것을 계속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틈새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 로맨스 드라마가 해외, 특히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유럽의 자국 TV에서 로맨스물이 사라진 것과 무관치 않다.
K팝 아이돌의 보편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강한 탈국적성이 출발할 때부터의 콘셉트다. 현대 대중문화 일반이 그렇듯 K팝 아이돌은 강한 탈국적성을 특징으로 한다.
콘텐츠 성공에 정말 공식이 있나?
흥행 분석은 결과론이다. 누구나 흥행을 꿈꾸지만 아무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흥행 공식을 찾아본다면, 관건은 시대를 읽는 힘이다.
시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너무 앞서가도 안 되고 뒤처져서는 더욱 곤란하다. 시대의 요구, 대중의 감춰진 열망과 만나는 지점에서 파워 콘텐츠가 탄생한다. 싸이나 K팝의 선전에서 보듯 미디어 산업의 지형 변화도 주요 요소다.
파워 콘텐츠 분석의 목적은 무엇인가?
콘텐츠의 흥행을 결정하는 여러 요소들을 파악함으로써 추후 문화 콘텐츠 기획의 참고로 삼을 수 있다. 또 콘텐츠 흥행의 사회적 맥락을 살펴봄으로써 문화 콘텐츠와 시대가 만나는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문화 코드를 통한 세상읽기다.
이 책, <<파워 콘텐츠 공식>>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싸이에서 <겨울연가>와 같은 한국형 로맨스, 동방신기에서 EXO로 이어지는 K팝 아이돌, 기득권에 대한 강한 분노에 기초한 ‘사회적 분노’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 경쟁과 자기계발을 내면화하는 오디션 장르들, 여성 시청자의 성적 위상의 변화를 보여 주는 꽃미남 스타를 다룬다. 2000년대 이후 오늘까지 파워 콘텐츠들을 일별하면서 대중문화 지형도를 그려보는 것도 목적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양성희다.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