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에 대한 이해
시원한 책 4. 흩어져야 산다
안민호가 쓴 <<불통에 대한 이해>>
뭉치면 죽는다
동쪽은 동쪽끼리, 서쪽은 서쪽끼리, 진보는 진보끼리, 보수는 보수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남자는 남자끼리 뭉치고 뭉치면 대한민국은 부서진다. 자기들끼리 꽁꽁 뭉치면 우리는 다 죽는다.
소통한다는 생각은 환상이다. 불통이 도리어 자연스럽다. ‘소통’을 어떤 최종적이고 궁극적 지점, 상태, 결과로 인식한다면 소통은 도달할 수 없는 지점, 이룰 수 없는 상태, 획득될 수 없는 결과다.
<<불통에 대한 이해>>, v쪽.
완벽한 소통이란 환상이란 말인가?
소통은 궁극적이고 추상적 개념이다. 그래서 완벽한 소통을 달성한다고 달려드는 것은 허망하고 위험하다. 소통에 대한 확신은 불통의 증거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되지도 않을 소통에 그리 열심인가?
소통이 바로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사라지는 순간까지, 어쩌면 그 이후까지 어느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소통이다.
소통의 메타볼리즘은 어떤 모습인가?
소통은 끝없이 변한다. 상대 반응에 따라 메시지를 수정한다. 소통의 결과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한순간의 정보 교환 아닌가?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과거의 경험, 지식, 태도, 배경이 총체적으로 누적되어 진행된다. 수많은 선행 조건이 소통의 내용과 흐름을 좌우하고 현재의 소통은 앞으로의 소통을 위한 토양이 된다.
소통이 시작되는 발원점은 어디인가?
불통이다. 불통을 완화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는 자연스레 소통을 지향하게 된다.
소통은 사실 불통의 해결이란 말인가?
추상적인 ‘소통’을 추구해서는 답을 찾지 못한다. 소통을 방해하는 구체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접근이다.
무엇이 장애물인가?
방해가 일어나는 단위와 이론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장애물에 대한 이론은 무엇인가?
개인 차이 이론이다. 우리 개개인들의 이질성이 소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개인적 수준의 문제들, 예를 들어 경험과 조건, 배경의 차이, 지각, 태도, 행동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다.
개인 다음의 장애는 무엇인가?
둘째는 집단이다. 다른 사람과 구별되지 않으려는 과도한 무리의식이 원활한 소통을 방해한다. 집단 정체성, 집단 사고, 압력, 규범, 동조의 문제들이 소통을 가로막는다.
개인과 집단의 차이 다음의 장애는 무엇인가?
셋째는 사회·제도적인 문제들이다. 올바른 소통의 전제가 되는 자유롭고 균형된 정보의 유통을 방해하는 사회적이고, 구조적 장애물들이 어느 사회에건 존재한다.
대안도 준비되어 있는가?
개인 차이 장애는, 더 나은 소통을 위해 우리가 자신이 처한 조건과 환경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집단적 동질성에 기인한 소통 문제는, 주위의 타인과 구별되는 나 개인의 주체적 시각을 통해 조정될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주위의 중요한 타인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봄을 의미한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장애는, 소통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돈과 권력 그리고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제 역할을 수행할 때 완화될 수 있다.
당신은 이 책에서 어느 장애에 주목했는가?
집단이 매개된 장애다. 상징적 상호작용론, 혹은 과정으로서의 소통 관점에서 우리와 그들에 대한 나의 인지 과정에서 생기는 인지적 문제, 장애, 오류, 편향을 살핀다.
집단 지각 편향이란 무엇인가?
자아와 타자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를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내 자신의 정체성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내가 속한 내집단, 즉 ‘우리’와 내가 속하지 않은 외집단 ‘그들’에 대한 편향된 지각을 의미한다.
남의 집단에 대한 편향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뭔가?
집단적 지각 편향은 불합리한 제도·관행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없어져야 할 규범, 관행, 제도가 폐지되지 않거나 추진해야 할 정책과 사업이 좌초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집단적 지각 편향과 그로 인해 왜곡된 여론 때문이다.
집단의 소통을 방해하는 편향은 어떤 모습인가?
호모필리 패러독스가 있다. 우리끼리 더 친해지고, 더 소통할수록, 사회는 더 분열하고 더 불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동종애적 경향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결국 사회는 연결되고 통합되기보다 단절되고 파편화된다.
치유 방법도 있는가?
지각 편향은 인식의 오류다. 인식의 오류는 앎을 통해 수정될 수 있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들이 편향의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편향의 존재를 자각하고 경계한다면 비교적 쉽게 개선될 수 있다.
동질성 강화로 커뮤니티가 무너진 사례를 들 수 있는가?
미국 보스턴 지역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커뮤니티는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도시 행정 당국에 대항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가족 중심적이고 친족 위주의 인적 연결망이 커뮤니티를 단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파편화시키고 있었다.
이탈리아 이민자는 그때 뭘 했어야 했나?
이종애가 필요했다. 집단 내부로 향한 강한 연결이 동종애라면, 집단 외부로 향한 약한 연결은 이종애다. 동종애 소통이 폐쇄적이고 부족적인 것이라면 이종애 소통은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것이다. 이종애 소통은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는 필수 요소다. 새로움이 확산되는 통로인 이것이 없었다면 세상은 아직도 원시적 부족 시대에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불통을 해소하려면 우리는 뭘 해야 하는가?
건강한 사회란 동종애와 이종애의 소통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말한다. 우리 사회의 불통은 그 균형이 깨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자기들끼리의 내부적 유대가 너무 강하고 외부 연결이 제 기능을 발휘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종애적 소통과 유대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 책 <<불통에 대한 이해>>는 무엇을 다루는가?
소통을 방해하는 열 가지 지각 편향을 소개한다. 불통의 이해를 통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민호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