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적 순간
시원한 책 6. 영화가 영화가 되는 순간
최인규가 쓴 <<영화적 순간>>
그때, 영화가 된다
장만옥과 양조위가 스쳐 지나간다. 눈 깜짝할 시간이지만 영화의 슬로 모션은 길다. 세상은 둘을 떼어 놓지만 그들은 서로를 놓지 않는다. 이제 영화의 시계가 돌기 시작한다.
“훌륭한 장면이 세 장면 들어 있고, 잘못된 장면은 하나도 없는 영화”
-하워드 혹스
‘타이틀 시퀀스’, <<영화적 순간>>, v쪽.
혹스는 뭘 말하려는 것인가?
좋은 영화의 기준이다. 그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스카페이스>, <빅 슬립>,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를 연출했으며 누아르와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에도 탁월했다.
당신은 그의 정의에 동의하나?
좋은 영화의 기준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훌륭한 장면이 세 장면 있는 영화”라는 표현은 너무 개인적이고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영화적 순간이 존재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다.
영화적 순간이 뭔가?
영화 예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순간이다. 영화언어, 곧 이미지와 사운드가 적절하게 구사되어 영화의 힘을 느끼는 그런 순간 말이다.
무엇이 영화적 순간을 창조하는가?
미장센을 만들어 내는 여러 요소의 결합이 성공할 때 영화적 순간이 탄생한다.
이 책에서 꼽은 영화적 순간을 만드는 질료는 무엇인가?
리듬, 컬러, 카메라워크, 내러티브 구조, 시간, 공간, 사이즈, 판타지, 사운드, 캐릭터다.
이 책은 어떤 영화를 소개하는가?
<인셉션>, <데어 윌 비 블러드>, <500일의 썸머>, <콜래트럴>, <브로크백 마운틴>, <패닉 룸>, <블랙 스완> 같은 할리우드 영화와 <렛미인>, <북극의 연인들>, <그녀에게>와 같은 다양한 나라의 영화를 소개했다.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걸어도 걸어도>, 왕가위의 <화양연화>의 영화적 순간도 다룬다.
<화양연화>의 영화적 순간은 무엇인가?
시장 신이다. 시간이 빚어낸 최고의 영화적 순간이다. 왕가위 감독은 혼자 저녁을 해결하고 스쳐 지나가는 장만옥과 양조위의 모습을 영화의 시간으로 재창조했다.
무엇으로 재창조했나?
내러티브 없는 이 신을 슬로 모션으로 표현했다. 시간을 확장해 찰나의 순간을 지연시켰다. 여기서 슬로 모션은 둘의 애틋한 감성을 극한까지 추구한다.
이 영화에서 영화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어떻게 다른가?
핵심은 슬로 모션과 패스트 모션이다. 둘 다 현실의 시간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지연과 압축을 통해 현실의 시간을 거스른다. 왕가위 영화에 특별한 감성 무드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아니라 공간으로 영화적 순간을 창조한 영화는 없는가?
<인셉션>을 보라. 코브가 파리에서 아리아드네를 만나 데려간 꿈 속 세계 장면이다.
그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만유인력이나 중력 법칙이 없는 공간이다. 바닥이 천장이 되고 좌우가 바뀌는 세계다. 꿈과 현실, 실존과 허상이 섞인 공간이다. 네 개의 서로 다른 꿈 속 공간으로 나뉘어진다. 레벨 1, 레벨 2, 레벨 3 그리고 림보다.
여기서 공간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가? 무엇이 실존이고 무엇이 허상인가? 무엇이 의식이고, 무엇이 무의식인가?
최근에 당신이 발견한 영화적 순간은 무엇인가?
<더 폴>의 오프닝 시퀀스가 잊히지 않는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강에 떨어진 말을 구하는 장면을 흑백의 화면에 베토벤 교향곡 7번 2악장을 입혀 만들어냈다. 이 신은 숏 하나하나가 교차 편집되면서 서서히 고조되는 리듬감을 만들어 낸다. 이 장면의 우아하고 명징한 리듬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이 책, <<영화적 순간>>은 무엇을 다루나?
시간, 사운드, 캐릭터 같은 영화적 순간을 창조하는 10가지 요소를 선정한 다음, 특정 영화의 특정 신에 대입해 사례로 설명한다.
누구를 위한 책인가?
영화를 보며 늘 영화적 순간을 고대하는 관객들에게 바친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인규다. 영화감독이고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