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저울추|천승세 작품집|혜자의 눈꽃|초판본 박영희 단편집 외
이 열기도 그리워질까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곧 가을이 오고,
또 매서운 추위의 겨울 나라가 펼쳐지겠죠.
그때면 지금 이 열기도 그리워질까요?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함께한 겨울 여행,
잠시라도 시원하셨기를 소망합니다.
그는 낮에도 밤에도 외로웠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내의 모습을 꼼꼼하게 뜯어보았다. 오해 쳐다보면 볼수록 더 외롭게 느껴졌다.
1978년 천승세의 겨울
그해 겨울은 가난하고 추웠다. 눈이 많이 내렸고 쌓였으며 노란 색 눈꽃도 보였다. 혜자는 그 꽃을 어떻게 피웠던 것일까?
지옥은 언제 나타나는가?
이틀을 두고 눈이 왔다. 칠성네는 굶었다. 추위와 기아는 인간을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지옥의 순례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곳에는 죽은 불, 얼어죽은 불이 있었다
1925년을 전후해 중국 대륙은 얼음의 산과 계곡이 된다. 제국주의의 냉기는 중국 혼의 불꽃을 동사시킨다. 루쉰은 어떻게 죽은 불을 살려냈을까?
산산이 부서진 영혼이여
시베리아의 바람은 꺼래이들을 기억의 나라로 유배한다. 역사는 계절을 망각했고 끝나지 않는 겨울의 나날은 식민지 조선의 뼛속까지 스며든다.
헤라클레스와 설산을 등반하며
지금은 1980년, 신화의 구름이 걷히고 문명이 세상을 비춘다. 지상 최고의 남자는 일상을 걱정하는 프티 부르주아로 전락했다.
천리마보다 빠르다는 청나라 썰매
때는 11월, 북경 성벽을 따라 파 놓은 해자는 꽁꽁 얼어 빙판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천리마보다 날렵하다는 타상에 걸터앉아 마시고 노래하며 더위를 잊어 보자.
추워서 더욱 따스해지는 겨울
우리는 겨울을 기다리는 가을로 간다. 밖은 춥지만 안은 그만큼 더 따스해지는 인간의 겨울이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