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치 경제학
한국 언론의 문창극 보도 리뷰 5. 우리 인사 청문회가 안 되는 이유
최진봉이 쓴 <<미디어 정치 경제학>>
청와대와 국회, 그리고 언론까지
야당의 의표를 찌른 총리 지명, 당황한 야당의 물고 늘어지기, 자기 보도에 대해 자신 없는 KBS, 급조 토론으로 주저앉은 MBC, 유구무언으로 무능을 증명한 청와대, 정파 논리에 익사한 여러 신문, 인터넷을 타고 횡횡하는 사이비 언론. 국민의 마음은 심란하다.
뉴스 미디어는 뉴스 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생산… 은밀하게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지원한다.
“2장 미디어 프레이밍”, <<미디어 정치 경제학>>, 10쪽.
문창극 지명자에 대한 언론 프레임의 지형도는 어떻게 나타났는가?
KBS를 중심으로 반 문창극,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친 문창극의 대립 구도였다.
친 문창극 프레임의 전략은 무엇이었나?
KBS의 교회 발언 보도를 왜곡 보도라고 비난했다. 종교적 취지의 발언을 정치 발언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왜곡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무엇이 제시되었나?
발췌 보도의 사실 왜곡 가능성을 제시했다. 강연의 전체 의도는 발췌 보도 내용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종교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
세부 표현이나 논지 전개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종교적 발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교적 발언의 특수성이란 뭘 말하는 것인가?
종교는 개인의 신념 행위다. 현실 정치 담론과는 콘텍스트가 다르기 때문에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친 문창극 프레임의 논리에 대해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
KBS의 해당 보도가 발언을 짜깁기한 것이라면 정말 문제다. 그러나 특정 부분을 발췌한 것이기 때문에 왜곡이라 볼 수는 없다. 만약 그것이 왜곡이라면 세상의 모든 뉴스가 왜곡이다.
종교 발언의 특수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불성설이다. 목회자가 예배 시간에 한 설교라면 어느 정도 해석의 폭이 있겠지만 문 후보자는 장로이고 그의 강연은 일종의 ‘교양 강좌’였다. 설교나 교리 해석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종교 프레임은 효과가 있었는가?
발언의 맥락을 고려할 때 비난 여론 수위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주장이 가능해졌다. 문 후보의 민족사관에서 KBS 보도 문제로 논의 초점을 전환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친 문창극 언론이 왜 이런 프레임을 짠 것인가?
제도나 규제 완화로 언론사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게 정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그동안 얼마나 권력 지향적이고 보수화되었는지를 반증하는 사례다.
프레임의 정치 효과는 무엇이었나?
특정 집단과 계층에게 비난 여론에 대한 대응 논리를 제공했다. 보수 인사와 언론이 이 프레임을 확대 재생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의 의견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발견된다.
문창극이 사퇴하지 않았다면 프레임은 어디까지 확장되었을 것으로 보나?
문 후보의 조기 낙마로 불발된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의 대응 프레임이 됐을 것이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를 문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자리가 아니라 KBS 보도의 왜곡성 여부를 두고 설전이 오가는 자리로 끌고 갔을 것이다.
후보 검증을 보도 검증으로 왜곡했을 것이라는 판단인가?
그렇다. 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신해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하는 제도다. 정파적 입장과 편향을 내세워선 안 된다. 국민 상식 수준에서 후보를 검증하고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자리여야 한다.
청문회가 열렸다면 야당은 여당의 프레임을 분쇄할 수 있었을까?
휘말렸을 가능성이 크다. 여야 대립이 후보 검증보다 앞섰을 것이다.
우리 인사 청문회는 왜 이 모양인가?
여당의 정파적 공세에 야당이 다시 정파적으로 대응하는 게 우리 인사청문회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총리 지명자 청문회는 무엇을 해야 했는가?
여론이 이미 지적한 바를 그대로 해부하면 됐다. 일제 침략과 지배에 대한 관점, 국민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공식적 자리에서 확인했어야 한다. KBS의 왜곡이나 종교 여부에 상관없이, 국민의 상당수가 문 후보의 관점과 생각을 의문시했기 때문이다.
후보 검증의 기준이 국민인가?
그렇다.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가 되선 안 된다. 정책 수행이란 국민의 신뢰와 믿음에 바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달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도덕성에 대한 잣대가 높아진 이때 정부 고위직 인사는 먼저 국민의 상식을 통과해야 한다.
우리 인사청문회에 희망은 있는 것인가?
정파성을 벗어나야 한다. 당리당략에 따라 후보를 검증하고 인준하는 관행을 쇄신해야 한다. 자질이 부족한 후보를 무조건 비호하려는 여당, 후보자 자질 검증보다 흠집 내기에 초점을 맞추는 야당 모두 반성이 필요하다. 문제 소지가 있는 인사의 인준을 놓고 물밑 협상을 벌이거나 정파 이익의 지렛대 혹은 정국 돌파용으로 삼아 온 관행은 이젠 버려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상식 수준을 못 따라가는 게 문제다.
언론의 소임은 무엇인가?
특정 이익과 정략 추구에 입각한 프레이밍 대신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라는 고유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지 않는 언론은 직무유기를 저지르는 언론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진봉이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