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같은 사랑
秋日抒情 4 : 가을 더 짙어지고
어디에 나는
풀벌레 소리 높아진 무렵
흰 옥잠화, 참취, 까실쑥부쟁이꽃
노란 고들빼기, 짚신나물꽃
보라 벌개미취, 방아꽃
붉은 여뀌, 쥐손이풀, 울타리콩꽃
이제 끝물 꽃마저 떨어지면
가을 더 짙어지고
덧없이 떠나간 사람 목소리 또렷해
잠 못 들겠지
이 빠져 오물거리는 꽃잎을 보며
비어 웅크린 매미 허물을 주우며
병든 이파리 푸서리를 기웃거리며
그리움의 뼛가루 어디에 흩을까
저물도록 머무는 이 시간
어디에
어디에
그 어디에
나는 있는가
육필시집 시인의 육필시집 ≪먼지 같은 사랑≫
윤후명(1946~ )
시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헤어지는 연습만 하고 살아왔고, 그래서 언제나 그리웠다. 가을, 다시 떠나 보내야 하는 시간, 그리움은 잠을 빼앗고 또 어딘가를 서성거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