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세닌 시선
낙엽이 진다
낙엽이 진다, 낙엽이 진다.
바람이 신음한다.
길고도 고요하게.
마음을 즐겁게 해 줄 사람 누구인가?
친구여, 누가 마음을 진정시켜 줄 것인가?
무거워진 눈꺼풀로
나는 달을 응시한다.
방금 또다시 수탉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을의 정적을 뚫고.
이른 새벽 어슴푸레 동터 오는 아침.
하늘을 떠다니는 별들의 행복,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 점쳐 보고 싶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네.
자신의 운명과 보금자리를 저주하고
인생의 짐에 짓눌리며 과연 무얼 바랄 수 있을까?
나는 이제 창 밑에 서 있는
훌륭한 처녀를 만나고 싶다.
푸른 눈의 그녀가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내게만
새로운 감정과 말로
내 마음과 가슴을 편안히 해 주었으면 싶다.
그 하얀 달빛 아래
행복한 운명을 받아들이며
노래에 취해 사라지고 싶지 않다.
그리고 타인의 즐거운 청춘을 공유하면서
결코, 내 젊음을 아쉬워하고 싶지 않다.
≪예세닌 시선≫, 세르게이 예세닌 지음, 김성일 옮김
세르게이 예세닌(Cepren Ecehnh, 1895~1925)
새로운 러시아의 서정 시인으로서 모든 이의 영혼을 위로했으나 정작 자신의 영혼은 구하지 못했다. 낙엽이 지고 바람이 신음하는 계절을 지나
끝내 한 호텔 방에서 목매단 채 발견되었다. 그러나 “어차피 모두가 세상의 나그네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