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조 사선
기러기 날아옴에 마음 아픈 것은
무엇을 찾고 또 찾아보지만
이 차갑고 맑은 가을날
쓸쓸함과 비참함, 슬픔만이 찾아직 뿐.
잠깐 따스하다가도 다시 추워지는 계절
쉬려해도 참으로 어렵구나.
맑은 술 몇 잔
어찌 사양하랴, 밤새 세찬 바람 불 터이니!
기러기 날아옴에 마음 아픈 것은
예전에 서로 알던 그 기러기여서지.
바닥에 노란 국화 가득 쌓여 있는데
시들시들 상해 있으니
이제 누가 따겠는가?
창가 지키고 서서
홀로 이 어둠 어찌 견딜 수 있을까!
가는 비 오동잎에 내려
저녁까지 똑똑 방울지며 떨어지네.
이 모든 것을
어찌 ‘愁’한 글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이청조 사선≫, 이청조 지음, 이지운 옮김
이청조(李淸照, 12세기 송대의 여류 시인)
호는 이안거사(易安居士)였다. “편안하게 지내는 사람.” 유복한 선비의 집안에서 태어나 사랑하는 낭군을 만나 행복하고 평안했기에 스스로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고 고향을 등지고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찾고 또 찾아도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는 없었지만, 중국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작가로 사랑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