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학 천줄읽기
이을상이 옮긴 니콜라이 하르트만(Nicolai Hartmann)의 ≪윤리학(Ethik) 천줄읽기≫
윤리의 완성
옛날에는 용기가, 지금은 정의가 인간의 최고 가치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일까? 나는 정의로울까? 정의란 무엇일까? 그것이 정의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제 확인과 헌신이 필요하다.
개인의 임무도, 시대의 과제도 윤리학 앞에서는 똑같이 특수한 것이다. 윤리학은 이들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양자를 넘어선다. 이 점에서 윤리학은 다른 철학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판단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판단’ 자체를 가르쳐 준다.
≪윤리학 천줄읽기≫, 니콜라이 하르트만 지음, 이을상 옮김, 28쪽
판단 자체를 가르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윤리학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를 근본 문제로 삼고 있지만,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이 ‘무엇’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이 왜 무엇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공한다는 말이다.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이다.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가?
그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가치물이 주관에 대해 상대적인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가치를 판단하면 맞는 것인가?
가치를 파악하는 주관에 따라 가치 평가가 다를 수는 있어도, 가치 그 자체는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주관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의 인식이 아니라 가치의 존재 방식 문제다.
가치의 객관 존재는 어떤 모습인가?
가치는 주관에 대해 선천적이고 절대적으로 존재하는 이념적 존재다.
선천적이라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것인가?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을 유익하다거나 유용하다고 말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유익’과 ‘유용’이라는 가치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치가 사물보다 논리적으로 앞서 주어져 있어야만 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를 말하는 것인가?
가치는 감각적으로 보이거나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관조될 뿐이다. 감각적 존재가 아니라 감각보다 앞서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이데아와 같다. 그러나 다른 점도 있다.
하르트만의 이념적 가치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무엇이 다른가?
플라톤의 이데아는 현실과 유리된 고립무원의 세계다. 하르트만은 ‘이념적’이라는 표현을 실재적 세계에 대해 ‘마땅히 존재해야 함’, 즉 존재 당위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이념적 존재인 가치를 우리가 알 수 있나?
현상학의 도움을 받으면 파악이 가능하다.
현상학이 무엇인가?
이성적 추론 없이 주어진 것에서 직접 본질을 직관하는 방법이다.
가치가 주어지는 것인가?
이념적 존재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 직접 감각적으로 경험되지는 않지만, 시간과 공간의 형식 속에 주어진다. 가치도 인간의 의지에 주어짐으로써 실제적인 가치반응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하르트만은 ‘가치감정’이라 불렀다.
가치감정이 도덕을 결정하는 것인가?
가치감정은 주관에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도덕은 그 시대와 지역, 문화가 요구하는 ‘최고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시대에 따라 달리 요구되는 도덕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자연과 싸우고 외적에 맞서는 일이 빈번했던 고대 사회에서는 ‘용기’가 최고 가치였다. 용기 있는 행동은 선으로, 용기 없는 행동은 악으로 규정하는 도덕이 완성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가치가 최고 가치인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근대 이후에는 ‘정의’가 최고 가치로 존중받는다.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은 선으로, 그렇지 않은 행동은 악으로 간주하는 도덕이 형성되었다. 도덕을 성립시키는 ‘가치의 원리’는 똑같지만 역사, 문화에 따라 도덕은 다르다.
가치는 개인의 행동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가치에 대한 막연한 의식이 책임감이나 죄의식 같은 모든 가치판단을 규정한다. 양심의 현상, 심정, 의지, 행위에서 가치의 현실성은 분명하다. 가치를 원리로 해서 나오는 결단이 윤리적 행위의 전제가 된다. 가치가 윤리적 행위 영역의 원리가 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원리의 지배를 받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가치는 본질적으로 실재를 직접 결정하지 않는다. 다만 실재의 존재 당위를 표현할 따름이다. 가치의 이념적 존재 당위도 가치의 실현과 상관없이 존립하며 스스로를 관철하는 현실적인 힘은 없다.
존재 당위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당위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 요구를 위해 헌신하는 존재자인 인간이 나타나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당위의 법칙이 현실적인 것 속으로 침투한다.
하르트만은 누구인가?
셸러의 ‘가치윤리학’을 실질적으로 계승한 독일의 철학자다. 의식적 삶에 초점을 맞추는 셸러의 가치감정의 윤리학에 머무르지 않고, 실재하는 본질로서 가치를 기술하는 ‘가치의 현상학’으로 관심을 돌렸다.
당신은 이 책을 얼마나 발췌했는가?
원서는 분량이 821쪽에 달한다. 이 원서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핵심을 5% 발췌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을상이다. 영산대학교 교양교육원 전임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