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AI가 도입된 노동 현장의 최전선에서 인간의 노동을 다시 묻다
AI 도입 이후 실제로 어떤 직업이 사라졌고, 어떤 직무가 변화했는지를 현장 사례와 함께 분석했다. 2023년 미국 작가·배우 조합의 파업과 국내 콜센터 집단 해고 사례처럼 AI는 노동의 영역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특히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고소득 전문직까지 AI에 대체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는 노동의 미래에 대한 기존 예측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 책은 기술에 의한 지배를 긍정하지도, 기술 자체를 거부하지도 않으면서 노동 현장에서 과학기술과 인권을 융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한다. AI 시대 노동의 양적·질적 변화, 정책적 대응, 노동자의 권익과 건강 문제를 중심으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노동의 가치를 재조명한다. 감정·윤리·책임 같은 층위에서 인간이 노동을 통해 구현해 내는 가치를 탐구한다. 콜센터 산업의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AI와 인간의 실제 협업 관계도 탐색하며, 노동의 미래에 대한 현실적 대화와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기술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좋은 노동’의 조건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200자평
AI가 바꾼 노동 생태계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노동은 무엇인지, 기계가 생산해 내지 못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묻는다. 10년 넘게 콜센터 현장 연구를 진행해 온 저자가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화려한 구호에 가려진 현장의 목소리를 복원해 낸다. 노동자의 건강과 존엄성이 지켜지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어떻게 인식을 재고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지은이
김관욱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의료인류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영국 더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흡연과 중독, 감정노동과 건강을 중심으로 연구해 왔으며, 주요 연구 대상은 콜센터 상담사, 이주노동자, 탈북민, 암환자, 부랑인 시설 입소자 등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노동, 한국의 암 검진 제도 및 건강문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지불되지 않는 사회》(2024), 《몸,》(2024), 《달라붙는 감정들》(공저, 2024), 《자꾸 생각나면 중독인가요?》(2024), 《사람입니다, 고객님》(2022), 《나는 현명한 흡연자가 되기로 했다》(2022), 《아프면 보이는 것들》(공저, 2021), 《코로나 팬데믹과 한국의 길》(공저, 2021),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18), 《의료, 아시아의 근대성을 읽는 창》(공저, 2017), 《폴 파머, 세상을 고치는 의사가 되어 줘》(2016), 《굿바이 니코틴홀릭》(2010) 등이 있다.
차례
AI 이후 노동의 미래
01 AI가 대체한 노동의 영역
02 AI가 대체할 노동의 미래
03 AI 시대 노동 정책
04 AI 시대 노동자의 권익 보호
05 AI 시대 노동자의 건강
06 AI 개발과 노동자의 역할: 콜센터
07 AI 도입 이후 노동의 양적·질적 변화: 콜센터
08 AI 도입 이후 고용 실태 변화: 콜센터
09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노동의 영역: 콜센터
10 AI 도입 이후 노동 지형의 변화: 콜센터
책속으로
AI는 급격한 산업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직업의 창출과 노동 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보다 더욱 신속한 인간 노동자의 적응이 필요하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와 기업 차원의 학습 제공이 절실하다. 나아가 AI 도입에 적합한 노동 현장의 적절한 전환 또한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도입, 보완 혹은 대체가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전환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가 요청된다.
-02_“AI가 대체할 노동의 미래” 중에서
독일 정부는 2017년 1월 ‘노동 4.0 백서’를 출간하면서 디지털화로 인한 노동 환경 변화에 대비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노동자의 ‘건강’을 단순히 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백서에는 노동에 있어 ‘건강’이란 “해당 노동이 그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합당해야 하며, 한 개인의 역량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육체적·심리적·사회적 차원에서 만족스러운 상태에 도달한 것”이라 정의한다.
-05_“AI 시대 노동자의 건강” 중에서
“STT/TA는 우리와 고객의 대화 내용을 텍스트화하고 데이터화하여 AI를 발전시키는 기술입니다. 결국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을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을 많이 하라고 강요합니다. 많이 사용을 하면 가점을 주겠다고 말입니다. 점수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상담사들의 말도 안 되는 운명입니다.”
-06_“AI 개발과 노동자의 역할: 콜센터” 중에서
필자는 2022년 초에 ‘콜센터의 인류학’이라는 부제를 단 책 《사람입니다, 고객님》을 출간했다(김관욱, 2022). 책의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2010년 초반 연구를 시작할 당시 콜센터 업체들이 상담사에게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요구했던 현실을 패러디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2년도 채 지나지 않자 상담사는 이제 ‘사랑합니다, 고객님’ 대신에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라고 응답하게 된 것이다. 정말로 상담사도 고객도 이제는 일상에서 AI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07_“AI 도입 이후 노동의 양적·질적 변화: 콜센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