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세닌 시선
벚나무가 눈을 뿌린다.
초목이 이슬에 젖어 활짝 피었다.
들판에서는 어린줄기에 몸을 기울이며
갈까마귀들이 고랑을 오간다.
비단 같은 풀들이 고개를 숙이고,
소나무는 송진 냄새를 풍긴다.
오 너, 풀밭이여 짙푸른 숲이여,
나는 봄에 취해 넋이 나갔다.
비밀스런 소식들이 내 마음에,
기쁨과 빛을 준다.
나는 약혼녀를 생각하며,
오직 그녀만을 노래한다.
너 벚나무여, 눈을 뿌려라.
너희 작은 들새들이여, 숲 속에서 노래하라.
잔물결 같은 달음박질로 들판을 질주하며
거품처럼 나는 꽃을 흩날리리.
≪예세닌 시선≫, 세르게이 예세닌 지음, 김성일 옮김, 7~8쪽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 예세닌.
북국의 천재 시인은 십대의 봄을 이렇게 노래한다.
혁명도 광기도 자살도 있기 오래 전이었다.
꽃이 흩날리는 인생의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