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냄새
말복 날 개 한 마리를 잡아 동네 술추렴을 했다/ 가마솥에 발가벗은 개를 넣고/ 땀 뻘뻘 흘리면서 장작불을 지폈다/ 참이슬 두 상자 다 비우면서/ 밭농사 망쳐 놓은 하늘을 욕했다/ 술이 거나해졌을 때/ 아랫집 김씨가 말했다/ -이건 오씨가 먹어요, 엘레지요/ 엉겁결에 길쭉하게 생긴 고기를 받았다/ 엘레지라니? 농부들이 웬 비가(悲歌)를 다 알지?/ -엘레지 몰라요? 개 자지 몰라요?/ 30년 동안 국어 선생 월급 받아먹고도/ ‘엘레지’라는 우리말을 모르고 있었다니!/ 그날 밤 꿈에서 나는 개가 되었다/ 가마솥에서 익는/ 나의 엘레지를 보았다
≪오탁번 육필시집 밥냄새≫, 124~125쪽
말복은 입추입니다.
가을이 시작됩니다.
가마솥에서 익는
당신의 엘레지를 보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