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작가 되기 1. 지금 당장 추리소설을 쓸 수 있다
이상우가 쓴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추리소설의 공식
다섯 가지만 알면 된다. 핵심 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때 등장하는 주요 인물에 범인을 설정한 뒤 모든 정보를 공개하면서 독자의 눈을 피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건을 설명한다. 정말 쉽다.
추리소설은 독자를 감탄시킬 수 없으면 쓰지 말아야 한다.
‘추리소설의 공식’,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 102쪽.
누가 추리소설의 독자인가?
지적 모험을 즐기는 지식인이다. 논리와 재미를 문학성보다 높이 산다.
독자는 뭘 기대하는가?
재미다. 잘 모르는 사람은 추리소설을 범죄소설과 동일시하고 스릴이 주된 테마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추리소설의 진짜 재미는 스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진짜 재미는 어디에 있는가?
두뇌활동을 하는 재미, 논리를 바탕에 둔 지적 흥미다. 독자는 ‘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 것이다’라고 추측하거나 ‘범행 동기와 방법은 이러할 것이다’ 혹은 ‘이것이 단서가 될 것이다’ 등의 추리를 하면서 읽는다.
독자의 추리는 범인을 찾는가?
대개 독자의 추리는 빗나가고, 탐정이 전혀 뜻밖의 인물을 진범으로 지목한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범인의 수법을 통쾌하게 밝혀내 독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만약 독자가 진범을 찾는다면?
독자는 실망할 것이다. 이런 일이 두 번만 계속돼도 다시는 추리소설을 읽지 않을 것이다. 독자는 머리싸움을 하는 맛으로 추리소설을 읽는다. 탐정이 독자보다 못하다면 그런 재미가 없어진다.
무엇이 재미를 만드는가?
탐정의 캐릭터와 논리적 추리다. 트릭, 반전, 전문지식, 시대감각도 재미를 만드는 요소다.
재미는 어떻게 만드는가?
추리소설의 재미는 절묘한 플롯과 놀라운 트릭에서 온다. 그러나 문학으로서의 기본을 잊지 않아야 한다.
플롯의 방향은 무엇이 결정하나?
결말을 정해 놓고 그것을 향해 질주한다. 탐정의 추리나 활약으로 결말에 이른다.
기본 플롯은 어떻게 흐르는가?
일반 소설과 같이 기승전결로 이루어지지만 시간의 역류나 사건 전개의 역순을 활용해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사건의 클라이맥스인 살인을 서두에 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 살인 사건인가?
인류의 범죄 중에 가장 중대한 범죄가 살인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가? 독자의 관심을 최대로 집중시키기 위한 것이다.
살인 다음으로 독자의 관심을 끄는 요소는 무엇인가?
트릭이다. 우리말로 적당한 표현을 찾자면 반전의 기술이라고나 할까. 연속되는 미스터리와 마지막 반전의 놀라움은 독자를 소설 속으로 흠뻑 빨려들게 한다.
추리소설 작가의 고민은 무엇인가?
독자를 속이면서 트릭을 만들어 내는 작업은 작가 입장에서 보면 이중인격자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범인의 기막힌 속임수와 그 속임수를 폭로하는 탐정의 역할을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꾸준히 독자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범인도 속이고 독자도 속여야 한다.
뭘 피해 가야 하는가?
막장 드라마, 논리성의 결여, 치졸한 문장이다.
트릭은 어떻게 만드는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한다. 철저하게 과학적, 논리적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트릭을 개발하려면 발명가의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트릭 개발의 가이드 라인은?
도로시 세이어즈는 “트릭이란 우표 뒷장에 적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가볍다는 뜻이 아니라 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독자가 흥미를 잃고 반전 충격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반전의 끝은 어디인가?
모든 추리소설은 결국은 ‘너무나 뜻밖’이라는 반전으로 끝난다. 기묘한 트릭으로 재미를 부풀리는 기법은 알고 보면 수학처럼 공식이 있다. 세계의 저명 추리작가나 이론가들이 여러 가지 공식을 내놓았다.
어떤 공식이 있는가?
공식의 결말은 사건의 대반전에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1. 작품 서두에 핵심적인 사건을 배치한다.
2. 범인은 서두에 나오는 인물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3. 탐정이 입수하는 모든 정보는 독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4. 그러나 독자가 결말을 눈치 채게 하면 실패한다.
5. 탐정의 결론은 충분히 과학적이고 논리적이고 독자를 감탄하게 해야 한다.
이 공식을 가장 충실하게 따른 소설은 무엇인가?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 코난 도일의 모든 작품, 한국에선 이상우, 노원, 김내성 등 고전파 작가들의 작품이다.
당신에게 최고의 작가는 누구인가?
코난 도일이다. 셜록 홈스 캐릭터는 완전 독창적이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트릭은 감탄스럽다. 두 사람을 들라면 프랑스의 조르주 심농도 들 수 있다.
코난 도일이 쓴 최고의 작품은?
내가 최고로 꼽는 작품은 <4개의 서명>과 <빨간 머리 연맹>이다. <4개의 서명>은 수십 년 전 영국의 동양 식민지에서 일어난 음모를 추적,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이야기다. 런던과 인도를 절묘하게 연결시켜 독자의 감탄을 자아낸다. <빨간 머리 연맹>은 제목에서 엉뚱한 상상을 하게 만들고 결말은 그 상상을 완전히 뒤엎는다. 빨간 머리를 가진 회원을 모집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은행 털기로 연결되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 보라.
이 책이 말하는 글쓰기 비법은 무엇인가?
첫째 이야기하듯이 하라. 아무리 중요한 자료라도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둘째 대화식으로 전개한다. 셋째 전문적인 영역을 다루되 충분히 공부해서 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상우다. 언론인이며 추리소설·역사소설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