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없다
스크린으로 간 문학 5. ≪悲劇은 없다≫
최경희가 엮은 홍성유의 ≪悲劇은 없다≫
우연과 이데올로기
사람들은 헤어지고 찢어지고 사라지고 다시 만난다. 친구가 친구를 협박하고 제자가 스승을 납치한다. 복수해 죽이고 사랑해 죽이고 알 수 없이 죽는다. 모두가 한국전쟁 때문이었다.
윤애와 박 교수는 마주 바라보았다.
“햇빛이 있고, 우리가 있고, 우리의 혈육이 남아 있는 한, 우리에겐 절망이 없지.”
“네, 절망할 수 없어요. 비극이란 언제나 절망하는 편에만 있는 것이니까요. 절망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코 비극이 있을 수 없죠.”
≪비극은 없다≫, 홍성유 지음, 최경희 엮음, 230쪽
윤애와 박 교수는 누구인가?
서강욱과 연결된 인물들이다. 김윤애는 그를 사랑해 아들 승철을 낳은 여인이고, 박남영은 그의 지도 교수다.
서강욱은 누군가?
23세 대학생이다. 황해도에서 태어나 대학 공부를 하러 서울로 왔다. 지주의 외동아들이지만 부모가 죽은 뒤 생활고에 시달린다. 피를 팔아 살아가다 형제처럼 자란 마름의 아들 석기용을 만나 궁지에 몰린다.
어떤 궁지인가?
석기용은 훌륭한 아르바이트라며 좌파 선전용 ‘삐라’ 뭉치를 그의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는 고민했다. 박 교수의 격려를 받은 뒤 “강하게, 뚜렷하게 살자!”고 다짐할 때 ‘삐라’ 뭉치가 바람에 날아갔다.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고 퇴학당할 위기에 놓인다. 박 교수의 변호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위기 이후의 행로는 어디로 향하는가?
병원에서 만난 간호원 진영과 약혼하고 잠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 6·25가 터졌다. 그는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를 기다리던 진영은 그의 친구 장도현을 따라 피난을 간다.
서울을 벗어나지 못한 강욱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기용의 협박에 못 이겨 인민재판의 화를 피해 있던 박 교수를 납치한다. 어린 시절 호감을 가졌던 윤애의 적극적인 사랑에 의지해 억압적 현실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려 했으나 강제로 의용군에 편입된다. 도망쳐 나와 고향으로 향하던 길에서 납치당한 인사들을 구한다. 박 교수도 그곳에 있었다.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고향으로 가서 부모를 인민재판에 몰아넣은 기용 일가에 복수한다. 그 뒤 일선 부대에서 싸우다 부상을 입고 육군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진영과 장도현은 어떻게 사는가?
영을 향한 도현의 어긋난 사랑으로 비극적 운명을 맞이한다. 도현은 언젠가 영이 자신을 버리고 강욱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술에 의존하며 지내던 어느 날 자신을 떠나려는 영의 목을 졸라 죽이는 꿈을 꾼다. 꿈이 아니었다.
윤애와 박 교수는 어떻게 사는가?
강욱과 영을 차례로 장사 지내고 도현이 수감된 대구형무소에 간다. 역사의 비극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지만, 윤애와 강욱의 아들 승철, 영과 도현의 딸 남희의 존재 때문에 그들은 절망하지 않고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비극은 없다≫는 언제 발표되었나?
1957년 ≪한국일보≫ 현상 공모에 당선된 장편소설로 홍성유의 등단작이다. 심사위원은 김기진, 박종화, 박화성이었다. 김기진은 조풍연에게 신문에 연재해도, 영화로 제작해도 좋을 작품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비극은 없다≫였다. 당선작을 결정하던 날, 박종화와 박화성은 이구동성으로 이 소설을 제일 좋은 작품으로 꼽았다.
문단의 평은 어떤가?
일부 평론가는 작품 곳곳에서 발견되는 우연성과 지나친 반공 이데올로기가 작품의 미적 완성도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나는 전쟁의 폭력에 대항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생명 사상을 효율적으로 그려 냄으로써 휴머니즘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어땠나?
1959년 제작되었다. 홍성기 감독이 연출하고 김진규·김지미·최무룡·양미희가 주연을 맡았다. 개봉 당시 관객이 11만3000명이나 들어 그해 한국 영화 흥행 순위 5위에 올랐다. ‘대종상’의 전신인 ‘우수국산영화상’에서 장려상, ‘한국영화예술상’에서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홍성유는 누구인가?
전후 대표 작가다. 1928년 1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비극은 없다≫로 등단했다. 대표작은 1985년부터 3년간 ≪조선일보≫에 연재한 ≪인생극장≫이다. 이 작품은 ≪장군의 아들≫로 제목을 바꾸어 출판한 뒤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 밖에 ≪수평선에 별 지다≫, ≪비극은 있다≫, ≪정복자≫, ≪홍건적≫ 등을 썼다. 여러 문학 단체 임원을 지냈고 2002년 별세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경희다. 경희대학교에서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