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백석 시전집
빩안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 빩안 情 무르 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 든 시절은 새빩안 우슴을 웃고 새빩안 말을 지줄댄다.
어데 靑春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十月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따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 한울이 눈부셔 한다.
十月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十月 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깨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걸이는 것이 기로다.
十月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빩안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초판본 백석 시전집≫, 이동순 엮음, 119~120쪽
빨간 웃음,
빨간 마음.
시월의 얼굴은 새빨갛게 아름답다.
사랑은 삼갈 것.
붉은 원한이 너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