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사람
노벨문학상 5. 앙드레 지드
김정숙이 옮긴 앙드레 지드(André Gide)의 ≪부도덕한 사람(L’Immoraliste)≫
부동과 역동에 대한 질문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선 인간은 달라진다. 미셸은 정신에서 육체로, 합리에서 충동으로, 언어에서 행동으로, 추상에서 현실로 초점을 바꾼다. 역동으로 간 부동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가? 인간의 선택, 자유다.
자신을 어떻게 자유롭게 만들 것인가를 아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려운 것은 어떻게 자유로운 상태로 자신을 유지할 것인가를 아는 것이다.
≪부도덕한 사람≫, 앙드레 지드 지음, 김정숙 옮김, 15쪽
누가 부도덕한 사람인가?
소설의 주인공은 미셸이다. 서재에 파묻혀 학문에 몰두하는 젊은 학자다.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되는가?
미셸은 갓 결혼한 아내 마르슬린과 스페인, 튀니지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 병에 걸려 죽음의 공포를 맛본다. 하지만 가까스로 회복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끈질긴 애착과 아내의 헌신적 간호 덕분이었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미셸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일련의 깨달음을 얻고 제2의 탄생을 겪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일대 전환이 생겼다. 관심의 축이 정신에서 육체로, 지적 활동에서 감각적 충동으로 바뀐다. 과거의 부동성에서 현재의 역동성으로 이동한다. 언어가 아닌 행동, 추상적 사고가 아닌 현실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두 번째의 삶이란 어떤 모습인가?
노르망디와 파리에서 언뜻 보기에 안정된 생활을 한다. 하지만 감정의 균형은 무너지고 미셸은 점점 더 냉혹하고 비정한 이기주의자로 변한다.
어떤 계기가 찾아오는가?
메날크가 나타난다. 주인공 미셸이 막연하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철학을 명쾌하게 요약하고 확신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강자의 법칙을 상징한다.
강자의 법칙이 뭔가?
휴식, 안정, 소유, 모방을 비웃고, 불안한 위험 속에서 사는 것이다. 즉, 과거도 미래도 없이 순간에 최대한 에너지를 집중하는 강한 개인을 만드는 것이다.
미셸은 강해지는가?
그의 논리는 점차 궤변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악을 건강한 활력이라고 강변하기 시작한다. 그때 아내 마르슬린도 중한 병에 걸린다.
병든 아내를 살려 내는가?
극진하게 간호하기는커녕 병든 아내의 죽음을 기다리고 재촉한다. 이로써 소설은 아내의 죽음이라는 파국을 향해 빠르게 진행된다. 미셸은 인격적 파탄에 이른다.
여기서 독자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작가가 길 끝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당혹스럽다. 삶의 열정을 되찾고 죄의식 없는 행복에 도달하려는 미셸의 노력에 공감했던 독자는 급박하게 전개되는 파괴적 행동과 그 결과 앞에 당황하게 된다.
당황의 갈등 구조는 뭔가?
미셸이 가졌던 의지가 점차 비정한 이기주의로 바뀌면서, 그가 추구하는 자아실현이 과연 절대 선인가, 그가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가 과연 정당한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작품에 몰입했던 상태에서 벗어나 비판적 거리를 갖게 된다. 그러나 결말이 만들어 내는 이 효과는 작가의 의도 안에 있다. 앙드레 지드는 자신의 책 속에 독과 해독제가 함께 들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주장과 동시에 비판을 담고 있다는 말이다.
지드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도덕과 윤리에서 인간을 해방해 삶에 대한 열정을 되찾게 하고 거짓된 선악 구분이나 편견에서 인간을 해방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억압에서 벗어난다 해도 마지막 남은 과제가 있다. 바로 자신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늘 깨어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유를 잃게 된다.
앙드레 지드는 어떤 작가인가?
20세기 초반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다. 정신과 육체, 이성과 본능으로 세계를 나누는 기독교 이원론적 세계관과 관련한 도덕 문제를 다뤘다. 육체와 본능을 가진 인간의 욕망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5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정숙이다. 배재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