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대신영
권혁석이 뽑아 옮긴 서릉(徐陵)의 ≪옥대신영(玉臺新詠) 천줄읽기≫
중국의 세 번째 시집
시경과 초사 다음이 이 책이다. 그러나 6세기 시집에서 아내의 모습, 딸의 총명, 고부 갈등과 부부 동반 자살을 만나는 것은 의외다. 그러나 돌아보면 동서고금에 사랑만 한 것이 있었는가?
아내에게 1
인생이란 아침 이슬 같으며
세상살이는 험난하기 그지없다오
근심과 역경은 항상 빠르게 닥치며
즐거운 때는 늘 더디게 와서 괴롭다오
시절 임무 받들고 떠나야 된다 생각하니
당신과 떨어져 날로 멀어질 게 분명하다오
수레 보내어 당신 돌아오는 것 맞으려고 했는데
빈 수레로 갔다가 또 빈 수레로 돌아오는구려
편지를 살펴보니 마음이 서글퍼져
밥을 대하고도 먹을 수가 없다오
홀로 빈방 안에 앉아 있으니
그 누가 나를 다독거려 주리오
긴 밤 내내 잠 못 이루고
베개 맡에 엎드려 혼자 전전반측한다오
근심은 끝없이 나를 감싸고 돌지만
내 마음은 자리가 아니어서 말 수가 없다오
<贈婦詩> 其一
人生譬朝露,居世多屯蹇.
憂艱常早至,歡會常苦晩.
念當奉時役,去爾日遙遠.
遣車迎子還,空往復空返.
省書情悽愴,臨食不能飯.
獨坐空房中,誰與相勸勉?
長夜不能眠,伏枕獨展轉.
憂來如尋環,匪席不可卷.
≪옥대신영 천줄읽기≫, 서릉 엮음, 권혁석 옮김, 85∼87쪽
이것은 누가 쓴 시인가?
후한 환제(桓帝) 때 농서 사람 진가(秦嘉)의 시다. 아내에게 보낸 세 편의 연작시 중 첫째 작품이다.
어떤 사연인가?
진가는 군상계(郡上計)로 임명되었다. 군의 보고 담당 관리다. 서울로 가야 한다.
아내는 함께 갈 수 없나?
병으로 친정에 가 있었다. 수레를 보내 맞아 오려 했지만 병이 깊어 오지 못하고 답시만 인편에 보내왔다. 답시도 이 책에 실려 있다.
진가는 어떤 시를 썼나?
위의 인용시를 포함해 아내에게 보내는 시(贈婦詩) 3수와 <아내 서숙에게 보내는 편지(與妻徐淑書)>·<다시 아내에게 답하는 편지(重報妻書)> 같은 산문이 전한다. 이 책에는 사언체로 된 <아내에게 주는 시(贈婦詩)>도 실려 있다. 그는 서울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는데 아내도 곧 뒤를 따랐다고 한다.
주로 아내와 관련된 작품인데 당시 부부 애정을 그리는 시가 흔했는가?
봉건 사회에서 보기 드문 작품이다. ≪옥대신영≫에는 아내에게 보내는 시나 귀여운 딸의 모습을 묘사한 시, 시어머니의 핍박으로 이혼한 부부가 자살하는 내용을 그린 시 등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실렸다.
≪옥대신영≫은 어떤 책인가?
≪시경(詩經)≫·≪초사(楚辭)≫의 뒤를 잇는 중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시가 선집이다. 모두 10권으로, 한나라 때부터 편찬 당시인 양나라 때까지의 작품 667수를 엮었다.
‘玉臺新詠’이 무슨 뜻인가?
‘옥대(玉臺)’란 옥으로 장식한 누대, 곧 궁중 여인들의 거처를 말한다. ‘신영(新詠)’은 전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가라는 뜻이다. 따라서 ‘여성과 관련된 새로운 시가’를 모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대에는 어떤 시가가 유행했는가?
양대 초에는 황태자 소통이 문단의 주류를 형성했다. 권력을 이용해 당시 유행하던 기염한 궁체시를 반대하고 문학의 교화 기능을 강조했다. 이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모은 것이 바로 ≪문선(文選)≫이다. 이를 통해 문단을 계도하려 했다.
≪옥대신영≫의 출현 계기는 뭔가?
531년 소통이 죽고 소강이 황태자가 되었다. 그는 문학의 오락적 기능을 더 중시했다. 당시 문단을 자신의 문학관으로 통일하고 이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옥대신영≫을 편찬하게 했다.
어떤 작품을 골라 실었나?
서문을 보면 ‘전대의 이름난 작품과 현재의 가작들’을 수집해 편집했으며 여기에 실린 ‘사랑 노래’는 ≪시경≫의 국풍에 견줄 만하다고 했다.
사랑 노래를 골라 실은 이유는 뭔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대상 독자는 적막하고 수심에 찬 나날을 보내는 후궁들이다. 이들은 “다시금 옥녀와 투호를 한다 해도 즐거움은 백 번 던지는 데서 끝나고, 제나라 여인처럼 육박으로 다투어도 마음의 즐거움은 여섯 대젓가락에서 끝이 나며, 한가로운 경치에도 별로 즐겁지 않”다. “오직 새로운 시에 뜻을 맡겨서, 무릇 저 원추리와 차조기를 대신해 조금이나마 근심을 던다”고 했다.
시가가 투호나 육박보다 재미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새로운 시, 즉 새로 유행하는 궁체시가 우울증 치료제인 원추리나 차조기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유가, 도가 사상을 습득하는 것보다 더 낫고, 가공송덕(歌功頌德)을 위주로 왕실의 수요에 부응했던 한대의 부(賦)보다 더 낫다고 했다.
편찬자는 누구인가?
서릉(徐陵)이다. 자는 효목(孝穆)이며 507년에 태어나 583년에 사망했다. 궁체시의 대표 작가로 이 책에도 서문을 비롯해 그의 시가 여러 편 실려 있다.
당신은 ≪옥대신영 천줄읽기≫를 어떻게 엮었나?
원본의 선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다. 여성, 애정에 관련한 작품, 여성 작가의 작품을 주로 골랐다. 문학관이 다른 ≪문선(文選)≫에 중복 수록된 작품은 제외했다. 막연한 내용보다는 실제 체험에서 우러난 작품을 골랐다. 667수 중 156수가 남았다.
≪옥대신영≫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았나?
“사랑”이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노래했지만 600여 수의 주제는 한결같다. 이별 없는 기쁜 사랑이야말로 인류의 영원한 존재 이유이자 과제가 아닐까. 천 년 전 중국의 사랑시를 통해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혁석이다. 한국교통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