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마치 천줄읽기

우리의 꿈과 좌절의 사연
한애경이 옮긴 조지 엘리엇(George Eliot)의 ≪미들마치(Middlemarch) 천줄읽기≫

인생, 꿈꾸고 주저앉고
한 마을에 세 사람이 있다.
그들은 서로 알지 못하지만 꿈꾸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분노한다.
여자는 남자 때문에, 남자는 여자 때문에 또는 그 반대의 이유로 모두 주저앉는다.

“도로시아에게는 로마의 깊은 인상에 저항할 방어력이 없었다. 폐허와 바실리카, 그리고 궁전과 거대한 조각상이 지저분한 현재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살아서 피가 통하는 것이라면 모두 경건치 못한 미신에 깊이 빠져 있는 것 같았다. 퇴색했지만 여전히 강렬한 거대한 생명이 벽화나 천장화 속에서 응시하거나 투쟁하고 있었다. 긴 열을 지어 늘어선 흰 대리석 상의 눈은, 지금은 사라진 낯선 세계의 단조로운 빛을 간직한 것처럼 보였다. 야심만만한 이상(理想)이 사라진 이 거대한 폐허는 모두 망각과 타락이 숨 쉬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와 어지러이 섞여 관능적이면서 동시에 정신적이었다.”

≪미들마치 천줄읽기≫,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옮김, 75∼76쪽

‘미들마치’가 뭔가?
영국의 지명이다. 이 소설은 그 지역 사람들 이야기다. ‘시골 생활 연구(A Study of Provincial Life)’라는 부제처럼 1830년대의 미들마치를 중심으로 중상류층 인물들의 삶을 그렸다. 1832년의 선거법 개정과 국회의원 선거, 토지개혁, 철도 부설 등 당대의 방대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짜임새 있게 묘사했다.

이야기의 중심축은 무엇인가?
도로시아와 리드게이트, 불스트로드, 세 인물의 꿈과 좌절이다.

도로시아는 어쩌다 로마에 있게 되었는가?
캐소본과 신혼여행을 왔다.

그녀에게 로마는 무엇인가?
현실을 각성케 한 도시다. 유적을 살피면서 그곳이 살아 있는 자들의 도시가 아니라 마음이 시든 자들의 도시임을 깨닫는다. 캐소본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캐소본에 대한 기대가 깨지면서 환멸을 느끼는 과정이 로마 유적을 통해 그려진다.

그녀가 캐소본에게 기대했던 것은 무엇인가?
정신적 지도자나 스승으로서 자신을 지도해 줄 남편이었다. 27세 연상의 캐소본이 현대의 밀턴처럼 위대한 학자일 거라 생각했다. 그를 통해 지적 성취를 이루고자 했다.

현실의 캐소본은 어떤 사람인가?
편협하고 냉정하며 이기적일 뿐만 아니라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인물이었다.

리드게이트의 꿈과 좌절은 무엇인가?
그는 파리에서 의학을 공부한 야심만만한 의사다. 혁신적인 의술로 의학계를 개혁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높은 이상을 갖고 미들마치에 오지만, 지나친 야심과 로저먼드 빈시와의 결혼으로 이상은 좌절된다.

결혼이 왜 이상을 좌절시키는가?
결혼 생활에 대한 두 사람의 기대가 달랐기 때문이다. 리드게이트는 아름다운 로저먼드에게 이상적인 아내의 역할을 기대했다. 한편 로저먼드는 리드게이트가 훌륭한 귀족 집안이라는 신분에 끌려 그와 결혼하면 화려한 사교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리드게이트는 어떻게 좌절하는가?
그는 양심을 버리고 병원 설립자의 비위를 맞춘다. 아내의 사치스러운 생활 때문에 1000파운드의 빚을 지고, 살인에 공모했다는 추문에 연루되어 결국 미들마치를 떠난다.

불스트로드가 맞는 파국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의 수치스러운 과거다. 젊은 시절에 부유한 전당포 주인의 미망인과 결혼했는데, 아내에게 집을 나간 그녀의 딸과 손자의 행방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그들 몫이 될 아내의 유산을 가로챘다. 덕분에 부유한 은행가가 되었지만 추악한 과거가 폭로될 위험에 처한다.

그는 위험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자신의 과거를 폭로하려는 래플스가 왜 자신을 괴롭히게 내버려 두느냐고 신에게 울부짖는다. 이 장면은 그의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작품은 엘리엇 문학에서 어디쯤 있는가?
후기의 가장 원숙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19세기 영국의 정신을 드러냈다.

그녀는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되었나?
당대의 저명한 문학 비평가 루이스(G. H. Lewes)의 격려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878년 그의 사망과 더불어 그녀의 작품 활동도 끝났다.

루이스와 엘리엇은 어떤 관계였나?
둘은 동거했다. 당시 엘리엇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유부남인 그와 동거한 사실로 더 유명했다. 루이스가 사망한 뒤 스무 살 연하의 재정 관리자인 존 크로스와 결혼해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녀는 어떤 작가인가?
리비스(F. R. Leavis)는 ≪위대한 전통≫에서 위대한 영국 소설의 전통이 ‘제인 오스틴으로부터 시작해 조지 엘리엇과 토머스 하디를 거쳐 D. H. 로렌스’로 이어진다고 썼다.

이 책 ≪미들마치 천줄읽기≫는 원전에서 얼마나 발췌해 옮긴 것인가?
1871∼1872년 사이에 여덟 권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15분의 1 정도를 발췌해 실었다. 작품 이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되, 전체 분량을 균형 있게 수록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한애경이다.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