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사선
유영, 생생한 현실의 자극과 충동
박홍준이 옮긴 ≪유영 사선(柳永 詞選)≫
문인들은 저속하다 말하지만
유영의 새로운 문학에 대해 당대와 후대의 문단 평은 가혹했다.
인간마저 저속하다고 폄훼했다.
대중의 생각은 달랐다. 모든 계층의
사람이 가장 사랑했던 북송의 작가였기 때문이다.
雨霖鈴
寒蟬凄切.
對長亭晩, 驟雨初歇.
都門帳飮無緖, 留戀處, 蘭舟催發.
執手相看淚眼, 竟無語凝噎.
念去去, 千里煙波, 暮靄沈沈楚天闊.
多情自古傷離別.
更那堪, 冷落淸秋節.
今宵酒醒何處, 楊柳岸, 曉風殘月.
此去經年, 應是良辰, 好景虛設.
便縱有, 千種風情, 更與何人說.
우림령
가을 매미는 애절하게 울고
장정에 해 저무는데
내리던 소낙비도 막 그쳤다.
성문 밖에서 송별연 하는 마음 심란하고
떠나기 아쉬워 머뭇거리는데
배는 출발을 재촉한다.
손잡고 눈물 어린 눈을 바라보며
끝내 말 한마디 못 한 채 목이 멘다.
가야 할 천 리 길 안개 물길을 생각하자니
넓은 남쪽 하늘에 저녁 안개가 짙게도 깔려 있구나.
다정한 사람 예전부터 이별을 아파하거늘
더욱이 쓸쓸한 이 가을은 어떻게 견뎌 낼 수 있으리오.
오늘 밤은 어느 곳에서 술이 깰까?
새벽바람 불고 희미한 달빛 아래 버들 언덕은 아닐는지.
이렇게 떠나면 해를 넘길 것이고
좋은 날씨 멋진 경치도 헛것이 될 터이니
그사이에 온갖 알뜰한 정이 생긴다 하여도
누구와 더불어 얘기한단 말인가.
‘우림령’이 뭔가?
장맛비 속 방울 소리라는 뜻이다.
누가 듣는 소리인가?
당 현종이다. 안녹산의 난을 피해 연일 내리는 빗속을 뚫고 촉으로 도망하다 벼랑길에서 방울 소리를 들었다. 양귀비를 추억하며 <우림령>이라는 음악을 지었다.
유영의 <우림령>은 개작한 것인가?
그렇다. 처음 지어진 <우림령>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유영은 송대 당시 평범한 남녀의 이별 이야기로 이를 바꾸어 놓았다.
유영은 누군가?
모든 계층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북송의 사인(詞人)이다.
어떻게 했길래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았는가?
만사(慢詞)다. 송대 사회와 문화의 변화, 향유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새로운 형식을 창작했다.
송대 사회와 문화의 변화란 무엇인가?
강남 도시 경제가 발달해 인구가 증가했다. 도시민의 오락 생활을 위해 대형 공연장이 곳곳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예술을 원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생활하면서 복잡한 사회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이러한 인간상과 사건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서사적 문예가 환영받기 시작했다.
만사가 뭔가?
박자가 느려지고 자수가 많아진 사의 형식이다.
만사는 유영만의 것이었나?
아니다. 그러나 유영만큼 만사를 많이 사용한 사인은 없다. 판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유영의 ≪악장집(樂章集)≫에 실린 216수 가운데 약 87%인 185수가 만사다. 비슷한 시기 활동했던 안수(晏殊)나 구양수(歐陽脩), 장선(張先) 등이 지은 사 가운데 만사의 비율은 20%를 넘지 않는다.
유영의 만사는 무엇이 특별한가?
당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 그리움과 환희의 감정을 펼쳐 냈다. 모호하고 심각한 관념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를 생생하게 그렸고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감각을 담아냈다.
<우림령>에서 그런 특별함을 만날 수 있는가?
보통 시가라면 이별의 한 측면만을 부각해 작품을 형상화했겠지만, 유영은 이별하는 전체 과정을 중계하듯 아주 상세하면서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전반부에서는 헤어지는 사람의 눈에 맺힌 눈물을 크게 확대했다가 다시 떠나갈 아득한 남쪽 하늘로 시야를 돌렸다. 후반부에서는 헤어진 이후 슬픔에 잠겨 떠돌아다닐 모습을 처량하게 묘사하여 현재의 아픔을 극대화했다.
문단은 그를 어떻게 평가했는가?
당시는 물론이고 사후에도 많은 문인들이 그의 작품이 저속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그의 인품을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 내기도 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유영 사를 논할 때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유영 사는 당시 악공(樂工)이나 가기(歌妓)의 청탁을 받아 창작된 작품이었다. 유영 개인의 사상과 감정을 담은 작품으로 파악하기보다는 송대 사회 문화에서 탄생한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맞다.
이 책은 무엇을 어떻게 뽑아 옮겼나?
쉐루이성(薛瑞生)이 교주한 ≪악장집 교주(樂章集校註)≫에 실린 216수 가운데 사랑, 이별과 그리움, 송대 사회와 풍물을 그린 작품 등 유영의 주요 사 38수를 뽑아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홍준이다. 성신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