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에서의 죽음
천시샨은 왜 죽었는가?
고찬경이 옮긴 핑루(平路)의 ≪옥수수밭에서의 죽음(玉米田之死)≫
천시샨은 왜 죽었는가?
고향 타이페이에는 사탕수수밭이 있었다.
미국 집 근처엔 옥수수밭이 있다.
천시샨은 그곳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죽을 이유도 없었고 죽임을 당할 까닭도 없었다.
다만 사탕수수밭 같은 옥수수밭이 있었을 뿐이다.
“그때, 천시샨(陳溪山)이라는 이름이 부고란의 한쪽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셋집 광고처럼 간단한 몇 줄이 내용의 전부였다. 그의 생몰 연월일(마흔이 채 안 된 젊은 나이였다)과 직장(주택도시개발부) 및 유가족으로는 아내와 딸 하나. 미망인의 이름은 챠오치(喬琪)였는데, 당시 나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무심코 그 이름을 소리 내어 읽었다.”
<옥수수밭에서의 죽음>, ≪옥수수밭에서의 죽음≫, 핑루 지음, 고찬경 옮김, 136쪽
‘나’는 누구인가?
타이완 신문사의 미국 워싱턴 특파원이다. 신문 부고란에서 천시샨이라는 한 화인 남자의 사망 소식을 본다. 호기심이 인다.
무엇에 끌렸는가?
하루하루가 지루한 일상이었다. 기자의 사명감이나 성취감도 잊었다. 그저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천시샨 사건을 추적한다.
어디서 시작하는가?
천시샨의 아내를 만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남편은 약 두 달 전 실종됐으며 한 달 전에 경찰이 집 근처 옥수수밭에서 그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사인은 무엇인가?
경찰은 자살이 유력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추적은 어디로 이어지는가?
천시샨의 직장 동료와 그의 다섯 살배기 딸, 그리고 고등학교 동창을 만난다. 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며 애통해하는 직장 동료도 만난다. 집 근처 옥수수밭이 타이완의 사탕수수밭과 꼭 같다며 천시샨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고등학교 동창은 3학년 졸업반 시절, 천시샨을 포함한 반 학우들 몇몇이 국토 일주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여행의 종착지가 천시샨의 고향 집이었는데 근방이 온통 사탕수수밭이었다고 했다.
단서를 찾아내는가?
‘나’는 천시샨의 죽음의 진실이 결국 그의 집 근처 옥수수밭에 숨겨져 있음을 직감한다. ‘밤바람 속 자신을 부르는 어떤 힘’에 떠밀려 옥수수밭에 들어서게 되고 그곳에서 어렴풋이나마 천시샨이 어떠한 심경으로 이 옥수수밭을 찾았는지 알게 된다. 아울러 그의 ‘영원한 꿈’이 결국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을 깨닫는다.
영원한 꿈은 무엇이었나?
귀향 아니었을까? 천시샨은 돌아갈 수 없는 고국에 대한 향수가 병이 되어 버린 남자였을 것이다.
‘나’는 무엇을 보는가?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파원으로서 미국에서의 일상은 안정적이다 못해 무료했다. 애초에 기자로서 자신이 선택한 삶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결국 미국에 남기를 원하는 아내를 남겨 둔 채 타이베이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일상이 자신의 숨통을 조일 때면 급행열차에 몸을 싣고 ‘번잡한 삶 속 달콤한 샘물 같은’ 녹색의 사탕수수밭을 찾아 떠난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무엇을 묻는 것인가?
독자에게 자신만의 사탕수수밭은 무엇이며 그것이 어디 있는가를 묻는다.
이 책, ≪옥수수밭에서의 죽음(玉米田之死)≫에는 핑루의 어떤 작품을 실었나?
작가 스스로 엄선한 단편소설 가운데 대내외적으로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은 작품들과 최근작을 합해 총 여덟 편이다. <옥수수밭에서의 죽음> 외에 <켈리와 나>, <모니카의 일기>, <백세 서신>, <인공지능 보고서>와 분량이 짧고 오락적 요소가 강한 <소와 대>, <기로 위 가정>, <애정이중주> 등이다.
<켈리와 나>, <모니카의 일기>는 어떤 이야기인가?
<켈리와 나>는 “마침내 켈리백을 손에 넣은 오후”, 자살을 기도하는 영화배우의 마지막 하루를 그렸다. <모니카의 일기>는 자신을 버린 친모와 자신을 돌보지 않은 계모에 대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중년 여성이 젊은 시절 낙태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자기 분열에 이르는 과정을 다뤘다.
<백세 서신>은 어떤 작품인가?
타이완 현대사에서 결코 뺄 수 없는 쑹메이링의 만년을 그렸다. 1927년 장제스와 결혼한 그녀는 1975년 남편의 사망 이후 근 30년간 혼자 지내다 2003년 106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은 100세 생일을 며칠 앞둔 시점에 그녀가 쓰는 서신을 근거로 전개된다.
작가는 쑹메이링의 어떤 점에 호기심을 느꼈나?
그녀는 타이완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상당한 정치 역량을 발휘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예술 재능에 출중한 미모까지 갖추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홀로 된 여성으로서 그녀의 노년은 어떠했을까?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핑루는 누구인가?
타이완의 여류 소설가다. 글쓰기에서 실험과 모험을 계속하고 여성 작가로 특징지어지길 거부한다. 그런 탓에 소설에서 여타 타이완 여성 작가들과는 차별되는 역동적 다채로움을 보여 준다.
당신은 누구인가?
고찬경이다. 부산대 현대중국문화연구실 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