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자앙 시선
고독한 영웅의 노래,
송용준이 옮긴 진자앙(陳子昻)의 ≪진자앙 시선(陳子昻 詩選)≫
멀리 보니 눈물이 흘러
다락에 올라 천지를 본다.
우주는 가없는데 인간은 너무 작다.
역사는 끝없는데 인생은 순간이다.
영웅의 뜻을 품었으나 외톨이 시인이 되었다.
登幽州臺歌
前不見古人
後不見來者
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
유주의 누대에 올라
앞으로는 옛사람이 보이지 않고
뒤로는 올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천지의 끝없는 영원함을 생각하니
홀로 슬픔에 젖어 눈물이 흐른다.
≪진자앙 시선≫, 진자앙 지음, 송용준 옮김, 171쪽
옛사람과 올 사람은 누구인가?
옛사람은 전대(前代)의 명군현신(明君賢臣), 올 사람은 후세의 명군현신이다.
눈물이 흐르는 사연은?
진자앙은 높다란 계북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끝없는 천지와 유한한 인생, 광활한 우주와 왜소한 인간을 떠올리며 깊은 감개에 빠진다. 더구나 자신의 정치적 이상이 실현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때라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한 고독감이 엄습한다.
진자앙의 정치 이상이란?
당나라 측천무후가 전권을 행사하던 시절 관직을 수여받았다.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실현할 기회라 생각하고 그녀가 황제를 칭하게 되었을 때에도 옹호하는 입장에 섰다. 하지만 여러 번 갈등을 겪고 그녀의 실정에 실망하면서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겠다는 웅지를 잃었다.
중국 문학사에서 시인 진자앙의 위치는?
당시(唐詩) 형성 과정의 중요 인물이다. 이백·두보·왕유 등이 활약한 성당(盛唐) 시가(詩歌) 출현의 토대가 되었다.
무엇을 했는가?
제·양 시기부터 내려온 궁정의 형식주의 문풍을 비판했고, 건안 문인들의 풍골(風骨)을 시에 담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양의 문풍에 어떤 문제가 있었나?
제·양 이전은 정권 찬탈이 빈번히 자행되는 시기였다. 비판과 풍자가 시가에서 배제되고 전아(典雅)한 말이 시대를 풍미했다.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서 문인들은 일신의 안락을 추구하며 음풍농월하는 한정시(閑情詩)를 창작했다. 이 흐름은 청려한 언어, 유장한 성정(聲情) 등 화려한 문풍으로 변해 갔다.
건안의 풍골이란?
한나라 말기 문학의 특징이다. ‘한·위의 풍골’이라고도 한다. ‘풍(風)’은 글에서 빼어나고 활달한 기세를 추구하는 것이고, ‘골(骨)’은 단정하며 적절한 언어 사용을 요구하는 것이다.
‘건안의 풍골’이 무엇인가?
적극적인 현실 참여를 통해 국가와 인민을 구하고,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고 비판함으로써 인생의 영원한 정신적 가치를 찾았다. 현실의 길은 달라도 인생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사고와 불후한 명성 추구는 다르지 않았다.
진자앙 시는 무엇에 부딪치는가?
내용에 비해 예술 기교의 성과가 적다. 형상이 풍부하지 못하고 수사도 원숙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형식도 다양하지 못해서 현존 작품에는 악부시도 없고 칠언시도 없다.
어쩌다 그리 되었는가?
그가 이론과 창작에서 ‘한·위 풍골’의 계승을 강조했을 뿐, 상대적으로 창신(創新)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후세는 그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건안의 풍골과 제·양의 표현미를 결합해 내용과 형식을 겸비했다. 내용과 형식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킴으로써 당시를 완성도 높은 단계로 끌어올렸다.
그들이 버린 것과 취한 것은 무엇인가?
한·위 문학에서 깊고 오묘한 비유와 상징, 웅혼한 기상 등의 장점을 취하는 한편, 지나치게 일반적인 관찰과 소박한 표현의 단점을 피했다. 또 제·양의 시에서 완곡한 정서, 맑고 아름다운 언어의 조탁 등의 장점을 흡수하는 한편, 협소한 시야, 세밀한 묘사로 활기를 잃은 정조와 같은 병폐를 버렸다.
이 책 ≪진자앙 시선≫에는 어떤 시가 실려 있나?
현전하는 그의 작품은 시 127수와 문(文) 110여 편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감우시(感遇詩)> 38수와 <등유주대가(登幽州臺歌)>, 그리고 그의 시가 이론이 담겨 있는 <수죽편병서(修竹篇幷序)> 등 작품성이 뛰어난 57수를 엄선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송용준이다.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