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풍운전
조선 남성의 우상
신해진이 옮긴 ≪장풍운전(張豐雲傳)≫
조선조의 대중 캐릭터
장풍운은 풍운의 남자다.
늦게 태어나 부모와 헤어지고 도적 떼를 만난다.
그러더니 귀인을 만나고 장원급제하여 큰 공을 세운 뒤 세 부인과 두 첩을 얻는다.
이 모든 것이 팔자소관이라.
“7년 전, 두우성이 금릉(金陵)이란 곳을 비춰서 ‘기이한 영웅이 나리라’ 했더니, 상공께 태어났구려. 귀한 아드님의 상(相)을 보니, 재산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자식이 많겠거니와 부모와 이별하는 수(數)가 목전에 있소이다. 그래서 젊은 때의 운수는 사나우나, 늙바탕의 운수는 매우 좋을 것이오.”
“사람이 사주(四柱)를 피하기 어렵겠으나, 아비가 아직 쇠약치 아니했으니 무슨 어려운 일이 있겠사옵니까?”
“이 아이는 10세 전에 부모와 헤어져 타향을 정처 없이 떠돌다가, 스무 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를 다시 만나고, 부귀와 공명이 천하의 으뜸이 될 것이오. 삼처이첩(三妻二妾)에다 육자오녀(六子五女)를 둘 것이오.”
≪장풍운전≫, 지은이 미상, 신해진 옮김, 41쪽
삼처이첩에 육자오녀는 누구의 사주인가?
장풍운이다. 늙바탕의 부모가 기자정성(祈子精誠)하여 태어난 인물이다. 아들의 용모와 기상이 빼어난 것을 염려한 나머지 아버지가 복술(卜術)이 유명한 도사를 불러서 물었다.
사주대로 사는가?
앞으로 펼쳐질 줄거리가 그대로다.
목전의 이별 수는 무엇인가?
변방에 변란이 일어난다. 아버지는 이를 진무하기 위해 출전하고 풍운은 도적에게 사로잡혀 어머니와도 헤어진다. 어머니 양씨 부인은 절에 귀의한다.
사로잡힌 풍운은 도적패가 되는가?
아니다. 도적이 버리고 갔기 때문이다. 버려진 그를 통판 이운경이 발견한다. 후처 호씨의 반대를 내치고 전처소생의 경패와 혼인시킨다.
사주가 말하는 떠돌이 생활은 무엇인가?
장모 호씨의 박대 때문이다. 풍운은 집을 나와 광대 무리를 따라 떠돈다. 남겨진 부인 경패 역시 떠돌다 풍운의 어머니가 있는 절에 들어간다. 결연에 따른 시련의 과정이다.
이제 과거 급제할 차례인가?
떠돌이가 된 풍운은 전 이부상서 왕공렬을 만나 그의 사환이 된다. 왕 상서의 심부름으로 알게 된 원철의 집에 기거하면서 과거에 장원급제해 한림학사가 된다. 이후 왕 상서의 딸 부용과 혼인하고 원철의 딸 황해를 첩으로 삼는다.
부모는 어떻게 다시 만나는가?
꿈에 나타난 노승의 계시로 어머니와 첫 부인 경패를 상봉한다. 수령 잔치에서 부남태수인 부친과 신표를 확인하고 상봉한다.
부귀공명의 시작인가?
서번과 서달의 침략을 막은 전공(戰功)으로 좌승상에 봉해진다. 황제가 보낸 역도(逆徒)의 딸 장윤옥을 첩으로 삼고 명현왕의 딸 유경화와 늑혼(勒婚)한다.
끝은 어찌 되는가?
유씨 부인이 이 부인(경패)을 질투하고 음해해 사달이 나지만, 왕 부인의 전갈을 받은 풍운이 전장에서 돌아와 진상을 밝힌다. 유씨 부인은 벌을 받아 죽고 나머지는 부귀영화를 누린다. 장풍운과 이경패의 입장에서 보면 해피엔드다.
결국 영웅 이야기인가?
고귀한 혈통을 지닌 비범한 인물이 가족과 분리돼 시련을 극복하고 입신양명한다는 점에서는 그러하다. 하지만 영웅 일개인의 ‘영웅적 역량 발휘’는 부족한 작품이다.
어떤 점에서 영웅의 면모가 부족한가?
영웅소설의 중요 요소는 군담(軍談)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영웅의 역량을 보여 주는 대목이 많지 않다. 때문에 전통 영웅소설이 주는 흥미가 반감된다. 또 등장인물들이 곤란에 처할 때면 몽사(夢事)나 노승의 계시가 자주 등장한다. 그 결과 풍운의 영웅성이 약해진다. 뒷부분에는 가정소설의 면모인 처처 간 갈등이 확장되어 나타난다. 영웅성 약화의 원인이다.
영웅소설과 가정소설이 함께 전개된 이유는 무엇인가?
장풍운이 성취해야 할 과제가 국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기존의 세계상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문을 번영케 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변방의 변란을 계기로 부자·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해 가문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을 작품 전개의 축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장풍운전>은 언제 누가 지었나?
작자와 창작 연대가 확실하지 않다. 정조 18년(1794), 대마도 역관 소전기오랑(小田幾五郞)이 조선의 사신으로부터 전해 듣고 기록한 ≪상서기문≫에 조선의 소설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창작 시기가 그 이전임을 알 수 있다.
당대의 반응은?
국내에서 매우 널리 읽혔는데, 소화집(笑話集) ≪진담록≫(1811)에 실린 삽화를 보면, 놀음판에서 한 광대가 장풍운과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 하니 수많은 청중이 손사래를 치며 돌아서고 만다.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탓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신해진이다.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