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
2366호 | 2014년 12월 19일 발행
세기말 오스트리아의 세련된 문체
남기철이 옮긴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의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Therese, Chronik eines Frauenlebens)≫
애증의 뿌리와 열매
합스부르크 왕조에 대한 애착과 증오.
거부하면서도 아까운 기억.
기대하면서도 불안한 희망.
세기말의 딜레마가 모자의 딜레마로 모습을 드러낸다.
‘넌 네 아빠처럼 나쁜 인간이 되지는 않을 거야. 이리 와, 여기 잘 누워라. 아프지 않게 잘 덮어 줄게. 여기 베개 밑에서 잘 자거라.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거야. 베개를 하나 더 얹어 줄게. 따듯할 거다…. 아가, 안녕. 우리 둘 중 하나는 깨어나지 못할 거야. 아니면 우리 둘 다 깨어나지 못할 거야. 귀여운 내 아가, 사랑한다. 난 좋은 엄마가 아니란다. 난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 넌 살아나선 안 돼. 난 다른 아이들을 돌봐야 해. 너를 돌봐 줄 시간도 없단다. 잘 자렴, 잘 자….’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남기철 옮김, 175쪽
엄마가 아이를 죽이려는 것인가?
테레제가 원치 않은 아이였다. 아들이 태어나던 날,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기를 베개로 죽일 뻔했다. 이 일로 평생 죄책감에 시달린다. 정신세계에 치명적 상처를 입는다.
테레제는 누구인가?
잘츠부르크에 사는 퇴역 장교의 딸이다. 아버지가 갑작스런 정신 질환을 앓게 되고 집안은 몰락한다. 어머니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를 늙은 백작과 혼인시키려 한다.
그녀의 대응은?
집을 나와 빈으로 간다. 가정교사를 시작한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난다. 임신하지만 남자가 떠난다. 그녀는 사생아를 낳기 싫다. 낙태 수술을 원하지만 실패한다. 아들을 낳는다.
아들을 키우는가?
빈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아들을 시골에 맡긴다. 열심히 일해 양육비를 댄다. 아들은 커 가면서 학교에 가지 않고 물건을 훔친다.
그녀는 어떻게 하는가?
집을 얻어 아들을 불러 함께 산다. 행실은 나아지지 않고 매번 돈을 요구한다. 더는 돈을 주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아들은 온 집안을 뒤진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손을 묶고 입을 틀어막는다. 테레제는 쓰러진다. 일어나지 못한다.
죽었는가?
죽이지 않았다. 그저 폭력으로 제압해 침실로 끌고 갔을 뿐이다. 그는 엄마가 별일 없을 것이며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죽은 체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살아나는가?
병원에 실려 간다. 위중한 상태다. 겨우 정신을 차린다. 문병 온 친구에게 말한다. 아들은 자신의 과거 일에 대해 화풀이를 한 것뿐이라고. 법정에서 아들에게 죄가 없다는 것을 증언해 달라고. 그러고는 숨을 거둔다.
테레제의 사인은 무엇인가?
의사들은 경미한 부상이라고 말한다. 정신적 충격을 받아 고열 증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왜 죽은 것인가?
어쩌면, 그녀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들은 어떻게 되는가?
법정에서 문병 왔던 친구의 증언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들에게는 징역 12년, 그리고 매년 사건 당일에 암실 구금과 함께 식사를 못하게 한다는 판결이 내려진다.
작가의 메시지는?
자신이 살던 시대의 비극적 사회상이다. 테레제의 영아 살해 시도는 아들의 모친 살해로 귀결된다. 슈니츨러는 과거가 현실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그린다. 딜레마에 빠진 작가 세대의 비극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 당대의 딜레마란?
당시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멸망한 합스부르크 왕조에 대한 뿌리 깊은 애착과 증오심, 동시에 신생 공화국에 대한 기대감와 증오심을 나타냈다. 그들은 과거를 증오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해서도 기대감과 더불어 불안감을 느꼈다.
작가의 문학 세계에서 이 작품의 위치는?
그의 대표작으로 그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장편 소설이다. 단편 소설이나 희곡에 비해서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후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누구인가?
오스트리아의 소설가다. 어두운 분위기의 세기말 오스트리아를 세련된 문체로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영향으로 인간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어떻게 살다 갔나?
빈의 유명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권유에 못 이겨 작가의 꿈을 접었다. 그러나 결국 의사 직업을 버리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31년 10월 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남기철이다. 번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