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하나다 / 서구 신앙 고백에 대한 정교 그리스도인의 몇 마디
2373호 | 2014년 12월 24일 발행
교회는 왜 하나가 되지 못하는가?
[성탄절 특집 3] 허선화가 옮긴 알렉세이 호먀코프(Алексей С. Хомяков)의 ≪교회는 하나다 / 서구 신앙 고백에 대한 정교 그리스도인의 몇 마디(Церковь одна / Несколько слов православного христианина о западных верованиях)≫
소보르노스티
억압된 통일의 가톨릭,
통일 없는 자유의 프로테스탄티즘.
교회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사랑과 자유를 간직한 개인과 개인의
유기적 통일은 불가능한가?
소보르노스티는 대답한다.
그것은 가능하다.
“자신의 형제들의 동의 없이 모든 교회의 고백을 감히 바꾸려고 한 개별 교회들의 교만은 사랑의 영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었으며 하나님과 거룩한 교회 앞에서 범죄가 되었다.”
<교회는 하나다>, ≪교회는 하나다 / 서구 신앙 고백에 대한 정교 그리스도인의 몇 마디≫, 알렉세이 호먀코프 지음, 허선화 옮김, 35쪽
무엇이 범죄인가?
완전하고 충분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고백을 가톨릭교회가 바꾼 일이다.
니케아-콘스탄티노플 고백이란?
기독교의 대표 신앙 고백문이다. 니케아 신경을 기초로 381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채택한 신경이다.
뭘 어떻게 바꾸었나?
그리스어 원문을 라틴어로 옮기면서 “필리오케(filioque)”를 넣었다. ‘아들에게서’라는 뜻이다. ‘성령은 아버지에게서 나온다’는 구절이 ‘성령은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나온다’고 바뀌었다.
왜 바꿨나?
예수의 신성을 부정한 아리우스주의를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필리오케는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단어 하나에서 시작한 동방정교회와 가톨릭교회의 논쟁은 1054년 서로 상대 교회를 파문하는 결과를 낳았다.
<교회는 하나다>는 교회 통일을 주장하는 건가?
아니다. 호먀코프는 정교와 가톨릭, 프로테스탄티즘은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같은 기독교가 왜 함께하지 못하는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티즘의 합리주의 때문이다. 합리주의는 교회의 원칙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과 개인의 판단을 따른다. 가톨릭은 교황이라는 감독의 합리주의적 의견에 전 교회의 권리를 부여하고, 프로테스탄티즘은 개인 의견의 독립성을 거룩한 교회의 믿음보다 중시한다.
호먀코프가 생각하는 ‘하나의 교회’란 무엇인가?
동방 총주교 관구와 연합하는 공동체다. 그는 하나님과 교회를 한 몸으로 묘사한다. 하나님은 머리이고 교회는 지체다. 교회에 속한 개인에게서 거짓된 가르침이 생겨날 수 있다. 그 때문에 오염된 지체는 이단이나 분파를 만들며 떨어져 나간다. 따라서 교회의 거룩함은 변치 않는다.
<서구 신앙 고백에 대한 정교 그리스도인의 몇 마디>는 어떤 글인가?
교회 분열의 본질에 천착하는 글이다. 초대교회의 정신을 계승하는 동방정교의 관점이다. 거룩한 전승에서 이탈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공격한다.
알렉세이 호먀코프는 누구인가?
시인이자 정교 신학자, 슬라브주의 교의를 체계화한 사상가다.
슬라브주의란?
19세기 중엽에 나타난 슬라브족의 민족주의 사상이다. 서유럽 국가를 모범으로 삼아 러시아의 후진성을 극복하려 한 서구주의와 대립했다.
그는 왜 슬라브주의로 나아갔나?
러시아와 서유럽의 근본 원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유럽의 영향으로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가 하나같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무엇이 근본적으로 다르단 말인가?
러시아 농민 공동체는 내적 법칙을 따르고, 서유럽 국가는 외적 법칙을 따른다. 러시아는 국가와 민중의 상호 동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다른 계급이나 계층에 적대감을 품지 않는다. 서유럽은 강제와 합리주의, 국가에 대한 교회의 종속의 역사였다.
잘못된 길을 벗어나는 방법은?
‘소보르노스티’다. 호먀코프는 러시아의 소보르노스티 정신이 서유럽의 영향에서 벗어나 인류를 해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보르노스티는 뭔가?
사원 또는 모임을 뜻하는 소보르에서 파생한 말이다. 사랑과 자유를 간직한 개인의 유기적 통일체다. 억압된 통일의 가톨릭, 통일 없는 자유의 프로테스탄티즘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종교 영역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점차 정치 이데올로기, 문화 패러다임으로 외연이 확장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허선화다. 러시아 문학과 역사를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