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츠 시선
2378호 | 2014년 12월 27일 발행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한 나무여,
그대의 가지들은 그 푸르렀던 행복을
결코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북풍은 진눈깨비 휘파람으로
그들을 망쳐 놓을 수 없고,
얼었다 녹는 물이 황금기의 꽃봉오리를
다시 붙이는 일도 없구나.
황량한 밤을 가진 12월에,
너무나 행복하고, 행복한 시냇물이여,
그대의 거품들은 아폴론의 여름 모습을
결코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그러나 달콤한 망각과 함께
그들은 수정 같은 애태움을 거두고,
얼어붙은 시간에 대해,
결코, 결코 불평하지 않고 있구나.
아! 많고 많은 상냥한 소년 소녀들과
같은 그런 것이라면!
그러나 지나간 기쁨에 대해
몸부림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그것을 치료해 줄 어느 누구도 없고,
그것을 굳게 할 정도로 마비된 감각도 없을 때,
그것을 느끼지 않는 감정이
시로 노래된 적은 결코 없었으니.
≪키츠 시선≫, 존 키츠 지음, 윤명옥 옮김, 28~29쪽
푸르렀던 행복을 기억하나요?
시간은 얼어붙고
결코 기억하지 못해도
그 망각조차 달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