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2379호 | 2014년 12월 29일 발행
年末連詩 1.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꽃 진 자리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 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 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 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볕한테 들려주고
놀러 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 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 준 나의 말
여름 한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나태주 육필시집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208~209쪽
지난 1년 <인텔리겐치아>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