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육필시집 별까지는 가야 한다
2381호 | 2014년 12월 31일 발행
年末連詩 3. 별까지는 가야 한다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 삶이 먼 여정일지라도
걷고 걸어 마침내 하늘까지는 가야 한다
닳은 신발 끝에 노래를 달고
걷고 걸어 마침내 별까지는 가야 한다
우리가 깃든 마을엔 잎새들 푸르고
꽃은 칭찬하지 않아도 향기로 핀다
숲과 나무에 깃들인 삶들은
아무리 노래해도 목 쉬지 않는다
사람의 이름이 가슴으로 들어와
마침내 꽃이 되는 걸 아는데
나는 쉰 해를 보냈다
미움도 보듬으면 노래가 되는 걸
아는 데
나는 반생을 보냈다
나는 너무 오래 햇볕을 만졌다
이제 햇볕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걸어가
별을 만져야 한다
나뭇잎이 짜 늘인 그늘이 넓어
마침내 그것이 천국이 되는 것을
나는 이제 배워야 한다
먼지의 세간들이 일어서는 골목을 지나
성사(聖事)가 치러지는 교회를 지나
빛이 쌓이는 사원을 지나
마침내 어둠을 밝히는 별까지는
나는 걸어서 걸어서 가야 한다
≪이기철 육필시집 별까지는 가야 한다≫, 130~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