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천줄읽기
2397호 | 2015년 1월 12일 발행
우리 역사는 우리 것인가?
장창은이 뽑아 옮긴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三國史記) 천줄읽기≫
신채호와 김부식
백제와 고구려는 수·당과 다투다 망했다.
이것이 사대주의 관점인가?
사대는 소국이 대국과 공존할 수 있는 유용한 외교 정책이다.
김부식의 한계가 아니라 시대의 한계다.
“지금의 학사와 대부들은 [중국의] 5경(經)과 제자(諸子)의 책과 진·한 역대의 역사는 혹 널리 알아 자세히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일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넓고 멀어 아득해 그 시작과 끝을 알지 못하니 매우 한탄스럽다. 하물며 신라씨·고구려씨·백제씨가 터전을 열고 솥의 세 발처럼 서서 능히 예(禮)로써 중국과 통했기 때문에 범엽(范曄)의 ≪한서(漢書)≫와 송기(宋祁)의 ≪당서(唐書)≫에 모두 [삼국의] 열전(列傳)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일은 자세하고 외국의 일은 간략해서 [삼국의 기록이] 자세히 실리지 않았다.”
≪삼국사기 천줄읽기≫, 김부식 지음, 장창은 옮김, 25~26쪽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인가?
고려 왕 인종이다. 그러나 편찬자인 김부식의 생각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왕명으로 편찬한 것인가?
인종 20년인 1142년에 관직에서 사퇴한 뒤 3년 10개월간 썼다. 최산보 등 여덟 명이 편찬에 참여했고 정습명과 김충효가 행정 지원을 했다. 김부식은 책임편수관이었다.
김부식이 역사를 인식한 계기는 무엇인가?
1116년 송나라에 사신으로 행차를 다녀올 때 사마광의 ≪자치통감≫을 얻어 온 것이 계기다.
그가 ≪자치통감≫에서 본 것이 무엇이었나?
사마광의 역사관이다. 역사란 과거 자료 편찬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정치적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국사기≫는 어떤 체제인가?
본기 28권, 연표 3권, 지 9권, 열전 10권으로 총 50권이다. 사마천의 ≪사기≫처럼 기전체 구성이다.
본기는 무엇을 기록했는가?
왕의 혈연관계와 즉위 과정, 정치·전쟁·외교 등을 신라본기 12권, 고구려본기 10권, 백제본기 6권으로 수록했다. 천재지변 기사도 그중 30%를 차지한다.
천재지변이 왜 그리 많은가?
당시에는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보지 않았다. 오행사상으로 해석해 왕의 정치 행위를 판단하는 증거가 되었다.
연표는 어떻게 구성했나?
삼국과 중국의 연표를 비교했다. 중국·신라·고구려·백제의 대표적 기사를 1년 단위로 씨줄과 날줄의 형태로 배치해 입체적으로 정리했다.
‘지’는 무엇인가?
사회 주요 분야의 변천 과정을 기술한 것이다. 제사·음악·복식·수레·기용(器用)·집·지리·직관(職官)의 여덟 항목을 정리하고 이름을 잡지(雜志)라고 붙였다.
왜 이름이 잡지가 되었나?
한 권의 지에 여러 분야를 합쳐서 정리했기 때문이다. 지에 서술할 자료가 많지 않았다는 뜻이다. 고구려와 백제 기사는 중국의 자료를 인용하는 수준이었다.
열전에는 몇 사람이 등장하나?
예순아홉 명이다. 충신·유학자·화랑·효자·예술가·반역자 유형으로 나뉜다. 7세기 통일 전쟁에서 국가를 위해 장렬하게 목숨을 바친 무장들의 전기가 많다.
≪삼국사기≫가 사대주의 역사서라는 신채호의 비판은 정당한가?
오해다. 민족주의 사학자인 그가 김부식을 사대주의자로 평가하자 이 책은 자연스레 ‘사대주의로 점철된 사서’라는 낙인이 찍혔다.
사대주의라고 비판받을 만한 내용이 있나?
대표적으로 백제·고구려의 멸망이 천자의 나라였던 수·당에 거역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라에서 독자적인 연호를 쓴 것도 잘못으로 지적했다.
사대주의 주장이 신채호의 오해라고 당신이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의 시대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 사대는 소국이 대국과 공존할 수 있는 유용한 외교 정책이다. 그것을 한계라고 한다면 김부식 개인이 아니라 시대의 한계로 지적해야 공정하다.
중국과는 다른, 우리 고유의 역사의식은 어디에 찾을 수 있는가?
삼국의 역사를 중국과 동등하게 본기라는 체제로 서술했다. 또한 고구려·백제·신라를 솥의 세 발에 비유하면서 ‘우리나라’라는 틀 속에서 다루었다.
당신은 이 책을 어떻게 발췌했는가?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하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으로 20%를 발췌했다. 전체 체제도 그대로 살려 원전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창은이다. 국민대학교 국사학과에서 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