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우사/이춘풍전
2427호 | 2015년 1월 30일 발행
19세기 서울의 향락 소비 현장
최혜진이 옮긴 ≪계우사/이춘풍전≫
왈짜, 무숙이의 허랑방탕
철없고 허영이 넘친다.
열 냥 쓸 데 천 냥 쓰니 재산이 거덜 난다.
누더기 맨발로 본처를 찾는다.
19세기 서울 향락 소비 현장을 엿볼 수 있는 판소리 판본이다.
“매일매일 돈 쓰는 것이 삼사백을 넘고, 온갖 풍류랑과 명기명창 선소리며 마음이 후련토록 온갖 놀음을 하루 잠깐 놀고 나도 거의 천금씩 탕탕 쓰고, 일가 족속, 노속 간에는 푼전 하나도 아까워하니, 속은 좁고 도리도 모르는 놈, 불량하고 허랑방탕한 사람 중에 무숙이가 으뜸이라.”
<계우사>, ≪계우사/이춘풍전≫, 최혜진 옮김, 47쪽
무숙이가 누구인가?
대방 왈짜에 오입쟁이다. 물려받은 재산으로 향락을 일삼는다. 철없고 허영심이 많다.
물려받은 재산은 어디에 탕진하나?
열 냥 쓸 데 천 냥 쓰는 스타일이다. 거금을 들여 기생 의양을 속량해 첩으로 삼는다.
의양은 어떤 인물인가?
얼굴은 왕소군, 태도는 양귀비인 스무 살 기생이다. 무숙이의 허랑방탕한 행실을 고치려 한다. 자신의 계층 한계를 자각하고 신뢰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하려 노력한다. 주체성이 있는 여인이다.
남편의 허랑방탕을 어떻게 고치는가?
자신의 노복과 공모해 무숙이를 무일푼으로 만든다. 구박하여 더벅머리, 누더기, 맨발로 본처를 찾아가게 한다.
맨발로 본처를 찾은 무숙이는 정신을 차리는가?
곁방살이로 근근이 살아가는 처자식을 보고 품을 팔기로 작정한다. 설렁탕집 부엌간에서 거적 한 닢을 추켜 덮고 반생반사 잠을 자다 의양의 노복이 된다.
의양의 작전인가?
그렇다. 그렇게 자신의 기생집으로 다시 불러들여 중노미로 만든다. 갖은 고생을 시킨다.
개과천선하는가?
의양의 마지막 작전이 시작된다. 무숙의 친구 김 별감과 자신이 음탕하게 노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무숙은 의양의 변심에 억장이 무너진다. 곧 속았음을 알고 눈물만 솰솰 흘린다.
작가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자본에 물든 시정의 불건강 인물인 무숙이가 공동체 삶에서 일탈하는 과정을 묘사해 이를 징치, 교정하고 건강한 삶의 회복을 제안한다.
판소리인가?
그렇다. 필사 연대를 1890년으로 본다. 이 판소리를 불렀다는 명창도 19세기 중반 이후에 등장한다. 열두 바탕 판소리 중 가장 늦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판소리로서 특징은 뭔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기방 문화의 일면을 적확하게 묘사했다. 근원 설화를 중심으로 적층되어 완성된 여느 판소리와 달리 비교적 후대에 서울의 향락 문화나 소비문화를 반영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어떤 판본으로 옮겼나?
한 가지 판본이 전한다. 원래 <무숙이타령>(<왈짜타령>)은 판소리 열두 마당의 한 레퍼토리로 불렸다는 기록만 있었다. 1992년 김종철 교수가 <계우사>가 <무숙이타령>의 사설 정착본임을 밝혔다. 해당 판본을 현대어로 옮겼다.
원본은 어디 있나?
원광대학교 박순호 교수 소장본 ≪한글 필사본 고소설 자료총서≫ 1권에 실려 있다. 하지만 원본에 훼손된 곳이 있고 마지막 결구도 유실되었다. 서사의 진행을 살펴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혜진이다. 목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