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평화를 위해
2466호 | 2015년 2월 26일 발행
강영계가 소개하는 칸트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강영계가 옮긴 이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Zum ewigen Frieden)≫
평화는 자연이 아니다
자연 상태는 끊임없는 위협이다.
평화는 힘과 힘이 균형을 이룰 때만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이다.
칸트는 모든 국가의 힘이 가장 활기차게 경쟁하는 균형의 상태를 설계한다.
“함께 생활하는 인간들 사이의 평화 상태는 결코 자연 상태가 아니다. 자연 상태는 오히려 전쟁 상태다. 즉, 자연 상태는 비록 항상 적대 행위의 발생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적대 행위를 동반하는 끊임없는 위협이다. 그러므로 평화 상태가 실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영원한 평화를 위해≫, 이마누엘 칸트 지음, 강영계 옮김, 18쪽
칸트에게 세계 평화란 무엇인가?
인류가 행복할 수 있는 과정과 방법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다.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및 ≪공법론≫ 등을 기초로 삼아 국가법, 국제법, 세계시민법에서 영원한 평화가 어떻게 가능할지 숙고했다.
영원한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예비 조항 여섯 가지와 확정 조항 세 가지가 있다. 예비 조항은 즉시 실행해야 하는 법칙이 세 가지, 상황에 따라 실행을 연기할 수 있는 법칙이 세 가지 있다.
예비 조항이란 어떤 것인가?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차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요소를 유보한 평화조약은 타당하지 않다. 둘째, 다른 국가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적으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셋째, 타국과 전쟁할 때는 장래 평화에 대한 신뢰를 불가능하게 만들 불명예스러운 적대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 셋은 상황과 관계없이 타당한 법칙들이다.
실행을 연기할 수 있는 법칙은?
첫째, 어떤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속, 매수 같은 방식으로 취득할 수 없다. 둘째, 상비군을 폐기해야만 한다. 셋째, 대외 분쟁과 관련해서 국채를 발행해서는 안 된다.
확정 조항은?
첫째, 국가의 체제는 공화적이어야 한다. 둘째, 국제법은 자유국가들의 연방제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 셋째, 세계시민법은 보편적 우호 조건에 국한해야 한다.
칸트가 공화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고난을 해결해야 하는 당사자는 국민이다. 국민이 입법하는 공화제에서는 전쟁 여부를 결정할 때 아주 신중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화제와 민주제의 차이는 뭔가?
그는 민주제와 공화제를 구분했다. 민주제는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사람들 전체가 지배권을 소유한 체제다. 지배의 형태다. 공화제는 입법권과 집행권이 분리된 체제다. 통치의 형태다.
민주제는 공화제라고 할 수 없나?
그는 오늘날 우리가 실행하는 대의민주주의를 몰랐다. 그가 보기에 민주제는 입법자와 집행자가 동일한 체제인 전제정치였다.
국제법이 연방제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한 민족은 자신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민족에게도 시민적 체제로 들어설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국제법에 따르면 한 국가가 다른 국가 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강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평화는 민족들 사이의 계약으로만 성립되고 보장된다. 이렇게 형성된 특별한 종류의 연합을 칸트는 평화연합이라고 불렀다.
세계시민법을 보편적 우호 조건에 국한해야 한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모든 인간은 지구 표면을 공동으로 소유한다. 자기 나라에 온 외국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되며, 그 외국인 역시 적대적인 취급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것이 보편적 우호 조건이다. 이것을 지키면 멀리 떨어진 대륙들은 평화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세계시민 체제로 접근한다.
보편적 우호 조건 이상으로 나아가면 어떻게 되나?
적대적인 취급을 받지 않을 권리가 원주민과의 교류 가능성 이상으로 확대되면 전쟁을 비롯한 온갖 악덕이 자행된다. 상업을 영위하는 국가들이 낯선 영토를 방문했을 때 보인 불의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원한 평화를 보장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자연의 섭리다. 인간의 이기적 경향 자체에 내재한 메커니즘을 통해 영원한 평화를 보장한다.
이기적 경향에서 어떻게 평화를 끌어내는가?
언어와 종교의 차이에 따라 현명하게 민족들을 분리한다. 전쟁의 위협에 대비해 국가를 형성하고, 그에 따라 법에 순종하고, 결국 평화를 촉진한다. 평화는 모든 힘이 약해진 전제정치가 아니라 가장 활기찬 경쟁에서 힘들의 균형을 통해 보장된다.
칸트가 이 책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맹 설립에 이론적 기초가 된 책이다. 참혹한 전쟁이 끊이지 않는 21세기 지구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책을 통찰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강영계다.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