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
2474호 | 2015년 3월 4일 발행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서정혁의 논증 이야기
서정혁이 쓴 <<논증>>
짬뽕에 대한 논증
점심에 뭘 먹을까? 짬뽕이다.
왜 짜장면은 아닌가?
어제 과음했기 때문이다.
갈증을 내리고 속을 깨워 주어야 한다. 얼큰한 국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짬뽕을 먹었다면, 당신은 논증한 것이다.
“사실 합리적 인간의 거의 모든 판단, 선택, 행동의 배후에는 논증이 숨어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여러분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각자 이유를 가지고 이 책을 읽기로 결정하고 실제로 읽고 있다면 그것은 논증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논증하며 살아가기’, <<논증>>, ix쪽.
논증이 무엇인가?
어떤 결론 또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련의 이유나 증거를 밝히는 표현 양식이다.
진술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다. 어떤 진술이 논증이 되려면 그것이 참이라고 주장되어야 한다. 주장을 입증할 만한 이유나 증거도 제시되어야 한다.
논증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전제와 결론이다. 전제는 이유나 증거이고 그것으로 뒷받침되는 주장이 결론이 된다.
전제와 결론은 추론의 구조 아닌가? 논증은 같은 것인가?
다르다. 추론도 전제와 결론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추론은 주어진 전제들로부터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논증은 제시된 결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유를 모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유를 모색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점심으로 뭘 먹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나는 중식집에서 오늘 점심으로 짬뽕을 먹는다. 왜냐하면 어제 저녁 먹은 술을 해장하는 데 짬뽕 국물이 제일 좋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고 행동에 옮겼다면 이것도 일종의 논증이다. 논증은 이렇게 제시된 결론의 이유를 찾는 과정이다.
논증은 문제 해결 과정인가?
그렇다. 논증은 문제 해결과 밀접하다. 논리적 결론에 해당하는 주장은 어떤 문제에 대한 특정한 의견이다. 문제의 해결 방향과 과정에 대한 특정한 입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확대 해석 아닌가?
논증은 단순히 이론으로 배우는 논리가 아니다. 합리적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할 수밖에 없는 판단과 선택, 행동을 포괄한다. 어떤 경우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에는 논증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논증의 역할은?
주어진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타인을 설득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한다.
논증은 어디서 출발하나?
문제의식이다. 문제가 있어도 나 자신이 그것을 문제로 여기지 않으면 그 문제에 관해 논증을 펼칠 이유도 없다. 평소 너무나 당연시했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제기할 때 비로소 가려져 있던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좋은 논증은 여기서 시작된다.
좋은 논증이란?
전제의 보편성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의심 없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한 전제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이것이 결론과 강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제와 결론의 연관성이란?
‘갑돌이와 갑순이는 서로 사랑한다’는 전제와 ‘갑돌이와 갑순이는 결혼한다’는 결론으로 구성된 논증을 생각해 보자. 전제와 결론이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이 논증은 다른 적절한 전제들을 추가해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 서로 사랑해도 결혼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하는 이유가 사랑만이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논증의 설득력을 높이는 방법이 뭔가?
상대방이 제기할 수 있는 반론을 예상하고 그 반론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바둑에서 그다음 수를 좀 더 정확하게, 그리고 많이 예상하는 사람이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것과 같다.
이 책, <<논증>>은 무엇을 다루는가?
전체 구성은 논증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나, 그 밑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은 왜 논증이 필요한지를 지금 여기에서 성찰하는 데 있다. 기존의 논리학 책에서는 소홀히 취급되었던 논증과 문제 해결, 수사학적 맥락, 글쓰기와 토론도 내용에 포함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서정혁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