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짐 천줄읽기
김태숙이 안내하는 조지프 콘래드의 세계
김태숙이 뽑아 옮긴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의 ≪로드 짐(Lord Jim)≫
도덕에서 현실로, 그러고는 반대로
죽음은 무서웠다.
본능은 삶을 지시했다.
그래서 살았으나 부끄러웠다.
그다음은 반대다.
살 수 있었지만 죽음을 택한다.
그사이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어떻게 평범한 인간은 고결한 인간이 되는가?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을 불길로부터 구해 내려는 개인의 몸부림은, 언제나 진지하지만 우습기도 하지. 이 소중한 관습적 개념은 게임의 여러 규칙 가운데 하나에 불과해. 하지만 그것이 자연적 본능에 대하여 무한한 힘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는 바람에, 또 도덕적 정체성의 실패에 대한 무서운 형벌 때문에, 여전히 끔찍할 정도로 효과적이지.”
≪로드 짐≫, 조지프 콘래드 지음, 김태숙 옮김, 44쪽
누가 말하나?
말로다. 여행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중년의 선장이다.
짐이 누군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몇 대에 걸쳐 목사직을 이어 온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대중문학의 영향을 받아 선원이 되었다.
말로와 짐은 어떤 관계인가?
말로가 짐의 보호자이자 도덕적 심판자다. 짐을 돕는 한편 그의 죄의식에 무게를 더한다.
짐은 왜 죄의식을 느끼나?
도덕적 이상과 현실의 선택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상은 무엇이었나?
용기와 능력을 지니고 임무를 완수하는 영웅이었다. ‘의무에 대한 헌신’이라는 제국주의 영국의 가치와 ‘정직한 신앙과 본능적 용기’라는 도덕적 가치에서 비롯된 인간상이다.
현실은 무엇이었나?
선원 훈련을 받을 때였다. 폭풍 때문에 배 두 척이 충돌했다. 조난자를 구하기 위해 연습선에서 구명보트를 내렸다. 다른 훈련생들은 앞다퉈 구명보트에 올랐지만 그는 바라만 보았다. 공포에 떨며 꼼짝하지 못했다.
그래서 선원이 되지 못하나?
아니다. 구조되는 사람들을 보며 자연의 위협을 두려워한 것을 후회했다. 몇 년 뒤 파트나 호에 일등항해사로 취직한다.
파트나 호에서는 어떤 선택이 기다리고 있는가?
좀 더 심각하다. 순례자 800여 명을 태우고 메카로 향하던 도중 배가 침몰 위기를 맞는다. 그는 조치를 요구하지만 선장은 배를 버리고 도망치려 한다. 승객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자신의 목숨을 구할 것인가? 양자택일에 직면한다.
짐은 누구의 목숨을 구하는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 법정에 섰고 일등항해사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제 그는 어디로 가는가?
말로의 소개로 선박 잡화점에서 일한다. 하지만 파트나 호 이야기만 나오면 일을 그만둔다. 결국 동남아의 오지 파투산의 무역 사무소 지배인으로 취직한다.
파투산에서는 무엇이 그를 기다리는가?
토호국의 족장 도라민과 협력해 부족을 위협하던 셰리프 알리 일당을 물리친다. 사람들은 그를 “투안 짐”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로드 짐’이라는 뜻이다.
투안 짐, 짐 경에게 남은 운명은 무엇인가?
영국 해적 브라운 일당이 식량을 약탈하기 위해 파투산에 들어왔다 도라민 부족에게 포위된다. 브라운은 짐에게 퇴로만 열어 주면 깨끗이 떠나겠다고 약속한다. 짐은 자신의 목숨을 잡히고 부족을 설득한다. 그러나 브라운이 떠나면서 도라민의 아들 데인 워리스를 죽인다. 짐은 약속대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왜 죽음을 선택했는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이 말로의 해석이다.
≪로드 짐≫은 어떤 작품인가?
1899년 10월부터 1900년 11월까지 ≪블랙우드의 에든버러 매거진(Blackwood’s Edinburgh Magazine)≫에 연재한 콘래드의 전성기 작품이다. 19세기의 문학 유산인 낭만주의·사실주의·자연주의와 20세기의 문학 유산인 모더니즘의 모습이 모두 나타난다.
낭만주의·사실주의·자연주의의 특징을 어디서 볼 수 있는가?
낭만적 상상과 모험에서, 인물·사건·배경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서, 바다라는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공포에 떨거나 굴복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모더니즘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이 소설은 전지적 서술자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극화된 서술자인 말로의 이야기로 끝난다. 전지적 서술자에 의존하던 전통 서사 기법과 연대기적 서술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등장인물인 서술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고, 주관적인 입장에서 짐을 묘사하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독자는 그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내러티브의 시간 축은 변함없는가?
달라진다. 19세기 이전의 소설들은 보통 시간순으로 사건을 배열했다. 이 소설은 제3의 인물이 기억의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기 때문에 현재와 과거와 미래의 사건들이 뒤죽박죽되어 있다.
조지프 콘래드는 누구인가?
폴란드 출신의 영국 작가다. 스무 살 때부터 영국 상선에서 근무하며 영어를 배웠다. 서른일곱이라는 늦은 나이에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식민지에서 선장으로 일한 체험을 바탕으로 해양소설을 써서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이뤘다.
≪로드 짐≫에는 어떤 체험이 있는가?
동남아 일대를 항해하면서 직접 경험하거나 들은 이야기가 있다. 파트나 호 사건은 1880년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제다 호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이고, 파투산의 이야기는 보르네오의 베라우 강을 무대로 삼은 것이다.
이 책은 어떻게 뽑아 옮겼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30% 정도를 뽑아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태숙이다. 단국대학교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