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천줄읽기
2530호 | 2015년 4월 8일 발행
미국 현대 문학이 시작된 곳
김봉은이 뽑아 옮긴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문학에서 링컨
그는 흑인과 친했다.
애정이 두터웠다.
그러나 엄숙주의와 감상주의를 멀리했다.
가벼운 마음과 맑은 마음이 아니고서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현대 문학의 강은 이렇게 흐르기 시작했다.
“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내와 자식 생각에 상심해서 향수병을 앓고 있었다. 아직 한 번도 집을 떠나 본 일이 없어서 가족을 몹시 보고 싶어 했다. 자기 가족을 생각하는 심정은 흑인이나 백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믿는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지음, 김봉은 옮김, 119쪽
‘나’는 누구인가?
백인 소년 허클베리 핀, 곧 헉 핀이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왔던 주인공의 친구 말인가?
그렇다. 그 소설에서 톰과 헉은 강도들이 숨겨 놓은 금화를 발견하고 큰 부자가 되었다. 헉은 더글러스 과수댁에 양자로 들어간다. 이제 헉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모험은 끝나지 않았나?
과수댁의 엄격한 교양 교육과 부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타난 술주정뱅이 아버지의 폭력을 참을 수 없게 되자, 헉은 탈출한다.
어디로 가는가?
미시시피 강의 잭슨 섬이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지내기 적당한 곳이다. 거기서 짐을 만난다. 그는 과수댁의 동생 왓슨의 흑인 노예다.
짐은 거기서 뭘 하고 있었나?
숨어 있었다. 왓슨이 자신을 800달러에 팔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도망쳤다.
짐은 뭘 하려는 것인가?
탈주 흑인도 체포되지 않는 자유주로 가서 돈을 모은 뒤 아내와 두 아들을 살 생각이다. 헉과 함께 자유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난다.
자유를 찾는 여정이란 어떤 것인가?
뗏목을 타고 미시시피 강을 따라 여행한다. 다양한 사건에 연루된다. 왕과 공작을 사칭하는 사기꾼을 만난다. 그들은 짐을 사일러스 펠프스의 농장에 팔아 버린다. 그러나 곧 반전이 시작된다.
짐은 어떻게 되나?
짐을 구출하기 위해 헉이 농장에 간다. 그곳은 헉의 친구 톰의 이모네 소유였다. 마침 그곳을 방문한 톰을 만난다. 짐의 주인 왓슨이 유언으로 짐을 해방시켰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꿈은 실현되는가?
알 수 없다. 짐이 자유의 몸이 된 뒤 헉은 인디언 마을로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소설은 여기서 끝난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어떤 책인가?
“미국의 모든 현대 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되었다”고 헤밍웨이는 말했다. 그러나 제대로 빛을 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어떤 어려움이었나?
매사추세츠 주의 콩코드 도서관 위원회는 이 책을 ‘쓰레기’로 판정하여 도서관 장서 목록에서 삭제했다. 미국 전역의 학교는 금서로 지정했다.
뭐가 ‘쓰레기’란 말인가?
헉이 거짓말과 욕설, 상스러운 말을 밥 먹듯이 하며, 당시 미국 사회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와 도덕성, 학교 교육을 조롱하고 거부하기 때문이다. 흑인을 무시하는 단어인 ‘깜둥이(nigger)’가 소설 지면에 300번가량 등장하고, 짐을 미신적이고 어리석은 인물로 묘사하기 때문에 흑인 학생에게 모욕감을 준다고 판단했다.
마크 트웨인의 진심은 뭔가?
그는 ‘미국 문학의 링컨’으로 불릴 만큼 흑인문제에 관심이 깊었다. 흑인과 백인 모두가 자신의 작품에서 불편한 긴장감이나 감상주의적 신파에 빠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가벼운 마음과 맑은 머리로 흑인문제를 대면하게 하려는 치밀한 배려였다. 그 결과 작품은 유머와 반어로 가득차게 되었다.
그는 어쩌다 흑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어린 시절 흑인과 특별히 친했다. 노예 출신 흑인들의 뛰어난 화술에 감동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즐겨 듣기도 했다. 집 근처에 노예시장이 있었다. 매일 가족과 생이별하는 노예의 오열을 목격하며 자랐다. 흑인을 향한 두터운 애정과 문제의식을 품게 되었다.
이 책은 어떻게 뽑아 옮겼나?
원전의 40% 정도를 뽑아 옮겼다. 영국과의 식민지 역사를 풍자하는 사기극 부분은 대거 삭제하고,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는 흑백 갈등, 즉 헉과 짐 이야기를 중심으로 원전의 감동을 맛볼 수 있도록 옮겼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봉은이다. 고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