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주림 천줄읽기
2583호 | 2015년 5월 11일 발행
최초, 최대 불교 백과전서
안정훈이 뽑아 옮긴 도세(道世)의 ≪법원주림(法苑珠林)≫
최초, 최대 불교 백과전서
경론과 외전, 속서에 담긴 고사와 사료·사상·용어를 분류 수록했다.
총 100권 100편에 이른다.
인도는 세계 민간 고사의 보고다.
풍부한 서사와 상상력이 중국 서사문학과 만나 최초, 최대의 백과전서를 만들었다.
“염부제 사람의 수명은 100살인데 중간에 일찍 죽는 자가 많다. 처음 10세까지는 지각(知覺)이 없고, 20세에는 조금 알게 되지만 아직 영악하지는 않으며, 30세에는 애욕이 왕성하고, 40세에는 행동을 함부로 하며, 50세에는 익힌 것을 잊지 않고, 60세에는 아끼고 집착하며, 70세에는 몸과 성질이 느려지고, 80세에는 꾸밈이 없으며, 90세에는 병을 앓고 100세에는 모든 감각이 쇠잔해진다. 그동안 300번의 겨울과 여름과 봄을 지나며 3만 6000번 밥을 먹는다. 이 가운데는 혹 불구자도 있다.”
≪법원주림≫, 도세 지음, 안정훈 옮김, 63~64쪽
염부제가 어디인가?
수미산(須彌山) 남쪽에 있는 세계다. 북쪽의 울단월, 동쪽의 불우체, 서쪽의 구야니와 함께 사주(四洲)를 구성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인 동시에 상상 속의 세계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
가로 세로 거리가 각각 7천 유순, 즉 28만 리다. 열여섯 개의 대국과 8만 4000개의 성이 있고, 여덟 명의 국왕과 네 명의 천자가 있다. 동쪽에는 진(晉), 서쪽에는 대진(大秦), 남쪽에는 천축(天竺), 북쪽에는 월지(月支)의 천자가 있다.
현실인가?
고대 불교의 세계관이다. 울단월, 불우체, 구야니에 비하면 현실 세계와 가장 가깝다. 지리 정보도 고대에 알려져 있던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
그곳에서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의복과 장식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상투를 틀고 어떤 이는 머리를 깎는다. 음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일생에 욕정이 무궁무진하다. 염부제 사람은 세 가지가 다르다. 첫째는 용맹하고 기억력이 강해 업행(業行)을 잘 짓는다. 둘째는 용맹하고 기억력이 강해 범행(梵行)을 부지런히 닦는다. 셋째는 용맹하고 기억력이 강해 부처가 그 국토에서 나왔다.
울단월과 불우체와 구야니는 어떤 세계인가?
울단월 사람들은 얽매임이 없고, 내 것이 없고, 수명이 1000세로 정해져 있다. 불우체는 국토가 극히 넓고, 극히 크고, 극히 묘하다. 구야니는 염부제보다 소가 많고, 양이 많고, 주옥이 많다.
≪법원주림≫은 어떤 책인가?
당나라 승려 도세가 편찬한 불교 유서(類書)다. 경론(經論)과 400여 종에 달하는 외전(外典)과 속서(俗書)에 담긴 고사와 사료·사상·용어를 분류 수록했다. 총 100권 100편에 달하는 중국 최초이자 최대의 불교 백과전서다.
불교의 이야깃거리가 그렇게 많은가?
불교 경전을 광범위하게 인용했지만, 그 밖의 전적들도 널리 수록했다. 신이편은 상당한 양이 인도 민간의 옛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중국의 지괴소설도 역사 기록의 한 부분으로 설정했다. 인도는 예부터 세계 민간 고사의 보고였다. 그 이야기들의 풍부한 서사와 상상력이 중국 서사문학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도세는 누구인가?
당 고종(628~683) 때의 승려다. 불교 포교에 힘썼고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현장법사가 진행하던 역경 사업에도 참여했다.
편찬 목적은 무엇인가?
종파를 초월해 대승·소승불교 공통의 불교 이론과 원리를 서술하는 것이다.
방법론은 무엇인가?
세목마다 술의부(述意部), 인증부(引證部) 같은 설명과 전거를 두고, 매 편의 말미에는 ‘감응연(感應緣)’이라는 항목을 두었다. 독자의 이해와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감응연은 무엇인가?
각종 영험한 고사와 전설들을 열거한 것이다. 본문의 신뢰도를 높이는 좌증(佐證)의 역할을 한다. 고대 풍습과 민속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자, 중국 서사문학에도 많은 소재를 제공한다.
당신은 이 책의 어느 부분을 발췌했는가?
총 100편 중 제2편 삼계편(三界篇)의 사주부(四洲部)와 제28편 신이편(神異篇)을 발췌했다. 이 책이 중국 불교사와 중국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정훈이다. 전주대학교 중국어중국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