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타령
2620호 | 2015년 6월 4일 발행
인과응보, 불멸의 이유
신재효(申在孝)가 짓고 김창진(金昌辰)이 옮긴 ≪박타령≫
불멸의 주제, 인과응보
선한 씨는 선한 열매를,
악한 씨는 악한 열매를 맺는다.
당연한가?
그렇게 믿고 그렇게 사는가?
因果應報는 누천년의 이야기 주제다.
우리가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찌 다 이내 박통 모두 다 몹쓸 통, 첫 번 통 상전 통, 둘째 통 걸인 통, 셋째 통 사당 통.”
“어기여라 톱질이야.”
“세간을 다 뺏기니 온 집안이 아주 허통, 우세를 하도 하니 처자들이 모두 애통, 생각하고 생각하니 내 마음이 절통.”
“어기여라 톱질이야.”
“어서 써세 넷째 통, 이는 분명 세간 통, 그란하면 미인 통.”
“어기여라 톱질이야.”
“내 신수(身數)가 아주 대통(大通), 어찌 그리 신통(神通), 뺏뜨려라 이내 죽통, 흥보 보면 크게 호통.”
“어기여라 톱질이야.”
≪박타령≫, 신재효 지음, 김창진 옮김, 143∼144쪽
누가 메기는가?
놀보다. 앞서 연 박에서 선소리꾼이 사설을 잘못 메겨 방정이 나왔다며 네 번째 박을 타며 놀보가 노래한다.
앞서 탄 박에서는 무엇이 나왔나?
조상의 상전이 나와 놀보 조상이 도적질해 간 것을 갚으라 했고, 걸인들이 패거리로 나와 놀보 할아버지가 빌려 간 돈을 내놓으라 했다. 또 사당패도 돈을 뜯었다. 가세를 탕진할 지경이다.
뒤에 탄 박에서는 무엇이 나오나?
상인(喪人)들이 각 청으로 울고 온다. “전답(田畓) 문서 전당(典當)하고, 돈 삼만 냥 빚을 얻어 상행(喪行) 치송한다.”
놀보의 박은 왜 그 모양인가?
그는 “절각(折脚) 기다리면 놓치기 가려(可慮)하니 ‘울려놓고 달래리라’, 제비집에 손을 넣어 제비 새끼 집어내어 그 약한 두 다리를 무릎 대고 자끈 꺾”었다.
제비로 인해 생긴 앙화인가?
그 때문만이 아니다. 워낙 놀보는 “소경 의복 똥칠하기, 배 앓는 놈 살구 주고 (…) 애 밴 계집 배통 차고, 우는 아이 똥 먹이기”를 다반사로 저지른다. 그 악행이 이루 말할 데 없는 인물이었다.
인과응보인가? 너무 뻔한 결론 아닌가?
당연하기에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100년 전에도 통하고 또 지금도 통하는 진리다. ≪역경≫에서는 “선을 쌓는 집에는 경사로움이 있다”고 했고 ≪서경≫에서도 “천도(天道)는 선에 복(福)하고 음(淫)에 화(禍)한다” 하지 않았던가.
최근 들어 흥보를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 놀보를 ‘유능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맞는가?
원문을 읽지 않고 줄거리만 가지고 추측해서 빚어진 오해다. 작품을 다 읽어 보면 그렇지 않음이 불을 보는 듯하다.
이 작품에서 흥보와 놀보의 캐릭터는 어떤 것인가?
흥보는 놀보에게 쫓겨난 뒤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품팔이를 하며 목숨 걸고 매품까지 판다. 부지런하고 책임감도 강한 가장이다. ‘놀보’는 이름에서부터 나타나듯 ‘놀 사람, 노는 사람’이다.
≪박타령≫과 ≪흥부전≫이 다른 것인가?
같은 얘기다. ≪박타령≫은 신재효의 소설 판본 제목이다. 1873년 무렵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신은 왜 신재효 본을 옮겼나?
1860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판본 다음으로 오래된 이본인 데다 내용도 좋다.
≪박타령≫에 다른 판본에는 없는 무엇이 있는가?
그전의 판소리 사설은 광대들이 만들어 거칠었다.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잘못 쓴 한문구도 많았다. 구성도 놀부를 혼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신재효는 중인(中人)의 시각에서 좀 더 합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재구성하고, 흥부와 놀부의 우애에 중점을 두었다.
신재효가 누구인가?
조선 후기 판소리 연구가(1812~1884)다. 중인에 천석꾼이어서 생활에 여유가 있었다.
판소리계에서 그는 무엇을 했는가?
판소리 명창을 후원했다. 판소리 <춘향가>, <심청가>, <박타령>, <토별가>, <적벽가>, <변강쇠가>를 개작했다. 판소리가 양반도 즐길 수 있는 민족문학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 판소리의 이론적 체계도 모색했다. 여자가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창진이다. 초당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