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스튜어트
2616호 | 2015년 6월 2일 발행
고전 비극의 완벽한 걸작
이원양이 옮긴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의 ≪메리 스튜어트(Maria Stuart)≫
완벽한 걸작
1막과 5막에서는 메리가,
2막과 4막에서는 엘리자베스가 주인공이다.
두 여왕이 만나는 3막은 정점이 된다.
피라미드식 5막 고전 비극 형식의 전범이다.
오랫동안 순교자 비극의 대표 소재였지만
이 작품 이후 이후
어떤 경쟁작도 나오지 않았다.
메리: 이 충직한 하인이 내 심장을
내 친척이 있는 프랑스로 가져가는 것을 허용해 주시오.
아! 나의 심장은 항상 거기 있었거늘!
벌리: 그렇게 하지요!
메리: 잉글랜드의 여왕에게
자매가 보내는 인사를 전하시오….
내가 진심으로 그녀에게 나의 죽음을 용서하며,
어제의 격정에 대해 후회하며 용서를 빈다고 말하시오….
하나님께서 그녀를 보전하시고,
그녀가 행복한 통치를 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메리 스튜어트≫,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이원양 옮김, 301쪽
마지막 유언인가?
메리 스튜어트의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기 직전이다. 죄목은 반역이다.
스코틀랜드의 여왕, 메리를 말하는가?
그렇다. 태어나자마자 요람에서 즉위하고 프랑스로 보내져 그곳에서 성장했다. 왕세자와 결혼해 왕비가 되었지만 남편이 요절하자 귀국해서 재혼했다. 스코틀랜드의 여왕인 그녀는 혈통에 따라 잉글랜드의 왕위 계승권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역의 죄를 지었나?
스코틀랜드에서 재혼한 남편이 암살되고 이 사건에 가담했다고 의심받는 사람과 또다시 결혼했다. 귀족들은 봉기했고 그녀는 강제로 퇴위당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도움을 기대하고 잉글랜드로 망명하지만 즉시 체포되어 수감된다. 감옥에서 구명 운동을 계속하지만 결국 반역죄를 뒤집어쓰고 사형 판결을 받는다.
엘리자베스 여왕과는 어떤 사이인가?
엘리자베스는 잉글랜드의 헨리 7세의 손녀딸이고, 메리는 그의 증손녀다. 엘리자베스는 메리의 당고모다.
둘은 무엇 때문에 반목하는가?
메리는 헨리 8세가 사생아로 선포한 엘리자베스의 잉글랜드 왕위 계승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메리의 존재는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는 엘리자베스에게 위협이 되었다. 또 종교적 이유도 있었다.
뭔가, 종교적 이유가?
엘리자베스는 신교를 국교로 세웠다. 메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잉글랜드의 가톨릭 신봉 귀족들이 메리를 내세워 언제든 반역할 여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의 신료들은 메리의 조속한 사형 집행을 주장한다.
엘리자베스는?
측근이 알아서 처리해 주길 바란다. 사형을 집행하면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엘리자베스는 젊은 기사 모티머에게 메리 암살을 부탁한다.
모티머는 누구인가?
실러가 창안한 인물이다. 메리의 감호를 맡은 폴릿 기사의 조카다. 엘리자베스의 신뢰를 얻지만 실은 메리에게 충성을 맹세한 가톨릭 교도다.
그의 입장은?
암살을 기다리며 사형 집행이 늦추어지는 동안 메리를 구출하려는 것이다. 그는 레스터 백작에게 이 계획을 털어놓는다. 백작은 엘리자베스의 측근이면서 메리와 연인 관계다.
레스터의 생각은?
엘리자베스와 메리를 화해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여인의 만남을 주선하지만 파국으로 끝난다. 궁궐로 돌아오는 길에 엘리자베스는 암살범의 공격을 받는다. 결국 메리의 사형 집행을 명령한다.
메리는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의연하게 받아들인다. 유모와 집사장, 시녀를 위로한다. 가톨릭 식으로 고해성사까지 마친 뒤 단두대에 오른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관식을 치르고 즉위한 여왕이 참수된다.
실러는 이 작품을 어떻게 극화했나?
철저한 사료 조사를 바탕으로 고전 비극을 탄생시켰다. 1막과 5막에서는 메리가, 2막과 4막에서는 엘리자베스가 주인공이며 두 여왕이 만나는 3막은 희곡의 정점을 이룬다. 이는 구스타프 프라이탁이 ≪희곡의 기법≫에서 논한 피라미드식 구조를 갖춘 전형적인 5막 고전 비극 형식이다.
초연 반응은?
1800년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초연된 직후 일부에서는 모티머의 무례한 언행,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두 여왕의 만남, 무대에서 제시되는 가톨릭교회의 성사 장면 등을 문제 삼기도 했으나 실러는 첫 공연의 성과에 만족했다. 당시 한 익명의 평자는 이 작품을 “완벽한 걸작”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에서 이 작품의 위치는 어디인가?
실러의 다른 극작품들과 함께 김나지움의 독일어 교재로 채택되었다. 독일어권 무대에서 중요한 고전 레퍼토리로 확고한 자리를 지킨다. ‘메리 스튜어트’는 이미 실러 이전인 16∼17세기에 대표적인 순교자 비극의 소재였지만, 실러가 이를 고전 비극으로 완성한 다음에는 어떤 경쟁 작품도 나오지 않았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원양이다. 한양대학교 독문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