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2626호 | 2015년 6월 9일 발행
하동철의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하동철이 쓴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저작권법, 저작인격권 그리고 동일성유지권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상과 감정이다.
사상과 감정은 인격의 소산이다.
남이 소유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주인이 제 것이라고 제 맘대로 저작물을 고치면?
저작자의 인격은 동일성을 잃고 파괴된다.
위법이다.
“2010년 정부가 도라산역에 설치된 벽화를 저작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임의로 철거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유자가 자신의 소유물을 폐기한 경우 저작인격권 침해인가?’가 한동안 이슈가 되었다.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물 폐기에 대해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벽화의 철거와 작가의 눈물’,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 49쪽.
어떤 벽화인가?
이반의 작품이다. 만해 한용운의 생명 사상을 축으로 생명·인간·자유·평화·자연에 대한 사랑이 표현되어 있다. 길이 100미터, 폭 2.7미터의 대형 작품으로 제작 기간만 3년이 걸렸다.
도라산역에 설치된 사연은?
2005년 노무현정부 시절 통일부가 요청했다. 남북 철도를 잇는 도라산역 안 벽면에 설치할 미술작품을 의뢰한 것이다.
철거 이유는?
2010년, 정부는 작가에게 어떠한 문의도 하지 않고 작품을 철거했다. 벽화가 “어둡고 난해해 이해하기 어렵고 민중화 같다는 관람객들의 반응”이 있었다는 이유다.
이유 있는 이유였나?
정부는 관람객 140명의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도라산역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50만 명에 이른다.
철거해서 어떻게 했나?
벽화에 물을 뿌려 부분 절단해 뜯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벽화를 떼어 낸 후 소각 폐기했다.
작가 이반의 대응은?
강력히 반발하며 정부를 상대로 저작권법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저작권법 위반 맞나?
정부가 벽화를 철거한 목적과 동기 그리고 철거 과정에서 보여 준 방법이 저작자의 인격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자기 작품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로 ‘동일성유지권’을 부여하고 있다.
동일성유지권의 목적은?
저작물은 저작자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것이므로 수정이나 변형은 반드시 저작자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작물은 원형 그대로 존재해야 하고 저작자의 의사에 반해 변형, 수정, 삭제하는 것은 저작인격권 침해가 된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프랑스는 단순한 오자나 탈자 수정 외에는 저작물의 변형을 금지한다. 영국은 저작자의 명예나 평판에 침해가 있어야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것으로 본다. 나라마다 동일성유지권의 보호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저작물의 단순한 수정 외에는 저작자의 허락을 얻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동일성유지권을 어떻게 보는가?
변형이나 수정이 아닌 폐기(파괴)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 저작인격권의 포기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지침이 없다. 그 때문에 도라산역 벽화 사건처럼 창작자와 소유자 간 분쟁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에 대해 우리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국가는 이반 씨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예술 표현의 자유와 미술품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벽화 철거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아니다. 벽화 철거 행위 자체는 벽화 소유권인 정부가 권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다.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은 유형물을 폐기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정부가 벽화를 철거한 목적과 동기, 방법은 저작자의 인격을 훼손하는 방법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소유권 행사라고 하지만 예술품 폐기 과정은 다양한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최소한 작가에게 통보했어야 했다. 법원이 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로 판결했더라면 저작권법의 목적과 취지에 더욱더 부합했을 것이다.
이 책, <<믿기 힘든 저작권 이야기>>는 무엇을 다루는가?
도라산역 벽화 사건을 포함해 10가지 저작권 이야기, 곧 저작권의 중요한 개념 10가지를 사례로 쉽게 설명한다. 다양한 분쟁 이슈에 저작권법 해석을 덧붙였다.
당신은 누구인가?
하동철이다. 한국방송공사 감사실 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