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
2629호 | 2015년 6월 10일 발행
유원기가 들려주는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
유원기가 옮긴 데이비드 암스트롱(David M. Armstrong)의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A Materialist Theory of the Mind)≫
데카르트의 오류를 수정하다
마음이 있고 몸이 있다.
둘은 각각 실체다.
실체는 스스로 존재한다. 그
러고 나서 몸과 마음이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틀린 것이다.
정답은?
몸과 마음은 하나, 곧 물질일 뿐이다.
“이 책의 목적은 정신적 과정들이 중추신경계 내부의 순수하게 물리적인 과정들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훌륭한 철학적 이유들이 없으며, 따라서 함축적으로는 인간이 단지 물질적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훌륭한 철학적 이유들도 없다는 것을 보이는 데 있다.”
≪어느 물질론자의 마음 이야기≫, 데이비드 암스트롱 지음, 유원기 옮김, xl쪽
인간은 물질인가?
“그렇다!”는 것이 데이비드 암스트롱의 주장이다. 인간의 정신적 상태, 사건, 과정이 실제로는 물리적 상태, 사건, 과정이라는 것이다. 심리철학의 여러 주장 가운데 하나인 물질론이다.
심리철학이란?
마음 또는 정신의 존재, 그것과 몸의 관계를 탐구하는 철학 분과다. 17세기 르네 데카르트가 본격적으로 고찰하면서 학문으로서 모습을 갖추었다. 그 뒤 심리철학자들은 데카르트의 오류를 지적하며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데카르트의 주장은 뭔가?
그는 실체 이원론과 심신 상호작용론을 주장했다.
실체 이원론이 뭔가?
마음과 몸이 서로 독립된 실체라는 것이다. 마음의 본질은 사고, 몸의 본질은 연장성(延長性)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을 비물질적 실체로, 몸을 물질적 실체로 규정한 것이다.
여기서 실체란?
실체란 어떤 대상이 존재하기 위해 다른 것을 필요로 하지 않는 독립 존재를 뜻한다. 따라서 데카르트에게 마음과 몸은 서로 아무런 속성도 공유하지 않는 독립 실체다. 논리적으로 그들은 서로 의존하지 않고 각자 독립해 존재한다.
심신 상호작용론은 뭔가?
정신적 사건과 신체적 사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사건이 신체적 사건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신체적 사건이 정신적 사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뜨거운 물을 손등에 쏟았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신체적 사건이다. 우리는 그 결과로 통증이라는 정신적 사건을 갖는다. 이때 우리는 뜨거운 물이 손등에 닿았다는 신체적 사건이 통증이라는 정신적 사건을 야기했다고 말한다. 또 뜨거운 물에 손등을 데어 통증을 느끼자 상처에 약을 발랐다면, 이것은 통증이라는 정신적 사건이 약을 바르는 신체적 사건을 야기했다고 말할 수 있다.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데카르트가 어떤 오류를 저지른 것인가?
마음과 몸을 실체로 규정하면 논리적 오류가 생긴다. 상호작용론은 물질적 대상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의 인과관계를 전제한다. 그러나 비물질적 대상과 비물질적 대상 또는 비물질적 대상과 물질적 대상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데카르트가 마음과 몸 사이, 즉 비물질적 대상과 물질적 대상의 인과관계를 함축하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던 것은 오류다. 20세기에 와서 길버트 라일이 이것을 ‘범주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심리철학 논의에 불이 붙었다.
어떤 논의가 일어났나?
다양한 형태의 이원론과 물질론, 그 절충론 격인 속성이론이 등장했다.
어떤 이원론이 등장했나?
마음을 몸과 관련되는 비물질적인 지각·감각·감정·사고의 연속이라고 보는 다발 이원론, 마음과 몸이 작용과 반작용을 한다고 보는 상호작용론, 몸은 마음에 작용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평행론이 등장했다.
물질론은 어떤 유형이 등장했는가?
마음을 갖는 것을 다만 ‘어떤 방식으로 물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 또는 ‘어떤 방식으로 물리적인 행동을 하려는 성향들을 갖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행동론, 정신적 상태가 두뇌에 있는 중추신경계의 물리적 상태와 동일하다고 보는 중추-상태 물질론이 나타났다.
속성이론은 뭔가?
단일한 실체인 인간에게 물질론자들이 인정하는 속성들 외에 비물질적 속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암스트롱은 어느 쪽인가?
중추-상태 물질론을 지지했다. 존 스마트와 울린 플레이스의 물질론, 허버트 파이글의 중추-상태 물질론을 받아들여 자신의 이론을 완성한다.
그의 이론의 요지는 뭔가?
비물질적 대상과 물질적 대상의 인과관계를 피하면서도, 정신적 상태와 신체적 상태의 인과관계를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과이론’ 또는 ‘기능주의의 인과적 형태’라고 부르는 이론이다. 정신적 상태들을 일련의 행동을 산출하기에 적합하고, 일련의 자극으로 산출되기에 적합한 상태로 본 것이다.
데이비드 암스트롱은 누구인가?
호주 출신의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심리철학은 물론이고 인식론, 형이상학, 과학철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부한 뒤,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런던대학교의 버벡칼리지와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가르쳤고, 그 후 오랫동안 시드니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3년 이후 최근까지 명예교수를 지냈다.
이 책은 무엇을 옮긴 것인가?
1993년 보급판으로 출간한 책을 원전으로 삼아 번역했다. 1968년 출간한 초판 이후 자신의 논의가 얼마나 타당했는가에 대한 소감과 평가를 쓴 ‘서언’을 덧붙이고 ‘참고 문헌’을 수정한 개정판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유원기다. 계명대학교 철학윤리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