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한국문학 7. 희곡 ≪산불≫
2649호 | 2015년 6월 23일 발행
한국전쟁과 한국문학 7. 희곡
이데올로기, 전쟁 뒤에 남은 문제
전쟁이 끝나자 국립극장이 문을 연다.
극문학이 활기를 찾는다.
송영과 유치진의 자리를 차범석이 채운다.
≪산불≫은 여전히 남은 이데올로기 문제를 다룬다.
관념에 불과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본능도 좌절시킬 만큼 강했다.
点禮 가까이 가서는 안 돼요.
사병 甲 당신은 또 뭐야?
点禮 (빌면서) 그 대밭만은 태우지 말아요. 그걸 잃어버리면 우린 다 죽어요. 우리 식구를 살리려거든 대밭을 살려 주세요. 네?
(点禮의 절실한 태도에 모두들 절박감을 느낀다.)
사병 A 군대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겁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군 전체의 뜻을 움직이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리 비키시오.
点禮 제발! 소원이에요. (하며 매달리자 梁氏는 사병 B에게 매달린다.)
梁氏 여보시오! 당신네 집에선 제사도 조상도 모르오? 제발 우리 사정 좀 봐 줘요. 내 아들이 팔아서 장사하겠다고 조를 때도 내가 싫다고 우긴 대밭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사병 B (휙 뿌리치며) 어서 가…. (하며 급히 뛰어가자 사병 A도 급히 뒤를 따른다.)
点禮 (미칠 듯이) 안 돼요! 거기 들어가면 안 돼요!
≪산불≫, 차범석 지음, 158~159쪽
차범석의 <산불>은 전쟁 때문에 여자들만 남은 마을의 이야기다. 그녀들의 성적 욕망은 좌절된다. 전쟁의 비극은 예외 없이 나타난다.